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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욕설 퍼붓던 일진, '이곳' 등반 후…

영민(가명)군은 지난달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으로 트레킹을 다녀왔다. 위기학생 교육시설이 마련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극기훈련과 봉사활동을 체험했다. 영민군 신상 보호를 위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청명학생교육원]
14일 충북의 J중학교에서 만난 3학년 영민(15·가명)군은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작았다. 1학기 초만 해도 급우들 사이에서 ‘일진’으로 통했던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줍음을 많이 타고 말수도 적었다.

 영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또래들에게서 돈을 빼앗곤 했다. 응하지 않으면 주먹을 휘둘렀다. 무단 조퇴를 일삼았고 교사에게 거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훔쳐 법원에서 보호관찰 처분(1년)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학교 권유로 충북교육청이 운영하는 위기학생 교육시설인 ‘청명학생교육원’에 입소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건 올 3월. 첫 한두 달 동안엔 학교생활에 적응이 잘 안 돼 몇 차례 수업을 빠졌다. 하지만 5월 이후엔 완전히 달라졌다. 수업을 꼬박꼬박 듣고 교사에게 반항하려다가도 곧바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또 또래를 괴롭히는 대신 싸움이 생기면 나서서 말렸다. 영민이는 “예전에는 (학교폭력을) 장난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당하는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며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영민이의 변화에는 세 가지가 크게 작용했다. 최근 1년간 전국 학교들에 도입된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첫째다. 여기에 활발해진 외부 지원 활동과 교사의 관심·열정이 더해졌다. 제도와 정책 변화에는 지난해 말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이어진 자살들이 계기가 됐다.

 4월 J중엔 다른 학교들처럼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됐다. 전엔 담임을 맡지 않은 일반 교사가 돌아가며 상담을 맡아 전문성이 다소 부족했다. 중1 때만 해도 영민이는 수업이 듣기 싫으면 무작정 교실을 벗어나 학교 안팎을 배회했다. 하지만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된 이후에는 상담실을 찾고 있다. 원유숙(46) 상담교사는 “장래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쉼터 역할을 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한층 강화된 예방교육과 실태조사도 한몫했다. 9월 온라인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영민이는 “우리 학교엔 학교폭력이 없다고 답할 때 뿌듯한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 밖의 교육 프로그램도 효과가 컸다. 영민이가 1년간 머물렀던 청명원은 올해부터 수료생에게도 상담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청명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또래 10명, 교사 5명과 함께 네팔을 다녀왔다. 산간 벽지 학교에 공책과 필기구를 전달했고 극기훈련의 하나로 히말라야산맥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130m)까지 올라갔다. 그는 “하루 6~7시간씩 걸으면서 친구와 부모님을 떠올렸다”며 “다 마치고 나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열정도 영민이에겐 큰 자극제가 됐다. 청명원에서 영민이를 지도했던 박명진(41) 교사는 올해 J중으로 돌아와 영민이의 담임을 자원했다. 위기학생 지도에 관심이 많았던 박 교사는 앞서 J중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쳤다. 그는 “영민이가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끝까지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일 따로 영민이를 불러 대화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어머니와 직접 통화를 했다. 영민이는 “화가 나 거친 행동을 하고 싶을 때도 선생님을 떠올리며 참게 된다”고 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영민이는 “때리고 맞는 일 없이도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뒤로 학교 생활이 한층 즐거워졌다”며 웃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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