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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와온으로 가는 길

와온으로 가는 길 - 곽재구(1954~ )

보라색의 눈물을 뒤집어쓴 한 그루 꽃나무가 햇살에 드러난 투명한 몸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궁항이라는 이름을 지닌 바닷가 마을의 언덕에는 한 뙈기의 홍화꽃밭이 있다


눈먼 늙은 쪽물쟁이가 우두커니 서 있던 갯벌을 따라 걸어가면 비단으로 가리워진 호수가 나온다

여기서는 생략하지만, 이 시에는 1연의 ‘꽃나무’가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멀구슬나무이고 그 열매가 겨울철 산새들의 비상식량이 되며, 2연의 ‘홍화’가 삼베나 비단에 분홍빛 물을 들일 때 쓰인다는 뒷말이 붙어 있다. 나 역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와온을 지나서 궁항이라는 곳에 낚싯대를 들고 가끔 놀러 간다. 아이와 나는 궁항에서 바라보이는, 우리가 문저리라는 고기를 낚곤 하는 섬을 그 생김새를 따라 돌고래섬이라고 이름 붙였다. 김밥을 가져가기도 하고, 전어를 몇 마리 사가지고 가서 굽기도 한다. 여러 번 가보았지만, 나는 거기서 비단으로 가리워진 호수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갯벌을 따라 걸을 때, 시인의 마음에 펼쳐지는 지나간 어느 때의, 혹은 이르고 싶은 어느 곳의 표지이리라. 갈 수 없는 곳, 연분홍으로 물든 비단이 펼쳐지는 곳, 그곳이 필경 와온의 까치노을을 비껴서 아스라이 펼쳐지리라. 와온에서는 썰물 진 해질녘의 그 풍경이 절경이며, 아주 짧게 펼쳤다가 스러져가는 시간이다. 시인은 아마도 삶에서 그런 짧은 시간을 누린 적이 있으리라. 그래서 그 풍경은 아름답되 참 쓸쓸한 것이리라.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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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