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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호프집 금연구역 확대 어떻게 보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정부가 강력한 흡연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50㎡(약 45평) 이상 식당·호프집·커피전문점 등을 금연구역으로 하는 건강증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금연구역은 2014년 100㎡(약 30평) 이상, 2015년 모든 식당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흡연자 권리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이란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금연구역 확대를 둘러싼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남에게 발암물질 강요해선 안 된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가암
관리사업본부장
흡연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예전에는 거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지만 십여 년 전부터 베란다로 내몰리더니 이젠 집 밖으로 나가야만 흡연을 할 수 있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한겨울에 두터운 옷을 입고 복도나 화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흡연자들의 수난시대임에 틀림없다.

 8일부터 150㎡ 규모 이상의 식당이나 호프집·카페 등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 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술집에서도 맘대로 못 피우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주장이다. 일부 흡연자나 단체가 흡연권을 주장하지만 이는 간접흡연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되는 권리다. 내가 노래를 부를 권리는 있지만 버스나 기차 같은 공공장소에서 마음 놓고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간접흡연의 연기에는 흡연자들이 마시는 온갖 발암물질이 들어 있으며 특히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짧은 시간의 노출도 위험하다는 게 밝혀진 이상 간접흡연을 정당화할 근거는 전혀 없다.

 내가 흡연을 하기 위해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남들에게 발암물질을 강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더구나 간접흡연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술집에 같이 갔다면 가까운 사람들일 텐데 그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국민은 다행히도 간접흡연의 해악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더 해롭다는 말을 더러 듣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흡연자는 담배연기를 빨아들일 때는 직접흡연을, 빨아들이지 않을 때는 간접흡연을 각각 하지만 비흡연자는 간접흡연만 하니 이론적으로 더 해로울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건강에 해로워도 내가 더 해로우니 당신이 참으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

 이번 조치는 음식점과 술집·카페에서의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바람직한 조치이면서도 한계가 크다. 일단 면적에 따라 단계별로 시행대상을 넓혀 나가기 때문에 지금도 면적이 작은 음식점은 해당되지 않고 모든 음식점·호프집·카페가 금연이 되려면 2015년 1월 1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왜 그때까지 시행을 미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면적에 따라 단계별로 한 곳은 없다.

 사람들은 또한 이런 법이 시행돼도 잘 지켜지겠느냐고 반문한다. 내년 7월부터 모든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업주가 금연구역 표시나 안내를 하지 않을 경우 170만원부터 최고 500만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이런 법을 만들었어도 집행 인력이 없으면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므로 정부는 하루속히 단속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어느 흡연자도 버스나 전철 안에서 흡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단속 요원이 아니라 시민들의 눈이 무서워 못하는 것이다. 음식점·호프집·카페에서의 금연이 지금은 낯설어 보이겠지만 몇 년 지나면 단속요원이 없어도 흡연을 시도할 엄두를 못 낼 것이 확실하다. 우리나라의 국민은 간접흡연이 해롭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금연구역의 확대는 흡연자들을 불편하게 만듦으로써 금연을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흡연자들에게도 유리한 정책이다. 이런 사실을 흡연자는 모르더라도 그들의 가족은 알고 있다.

서 홍 관 국립암센터 국가암 관리사업본부장

흡연권·영업권 차원서 흡연구역도 검토해야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국가가 술과 함께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과도하지 않으면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업무 효율 제고 효과도 어느 정도 있다는 취지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사회· 문화적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짧은 시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업무나 일상에 복귀하기 위해 이러한 기호식품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담배는 술과 다르다. 음주 자체는 본인에게만 해가 되지만 흡연은 타인의 건강권은 물론 생명권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도 실내 금연을 금지하는 법규에 대해 합헌으로 판단하고 있다. 헌재는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권리인 흡연권과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인 혐연권(嫌煙權)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혐연권에 우선권을 주는 입장이다.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비흡연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까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상 권리라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한 허용돼야 한다. 술과 담배의 경우 본인의 건강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관리 필요성이 있지만 마약과는 다르다. 세계 각국이 술과 담배를 법적으로 금지시키는 대신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의 폐해를 교육이나 캠페인으로 경고하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흡연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담은 그림이나 문구를 담뱃갑에 넣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식당 등에 대한 금연구역 확대는 불가피해졌다. 국가가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규제하는 것은 일응 타당해 보인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필자도 다른 사람이 옆에서 당당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식사나 술을 즐기는 모습은 매우 불쾌하고 부당하다고 느껴 왔다.

 그러나 흡연자의 권리와 장사하는 분들의 영업권도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영업 손실을 최소화하고 흡연자의 흡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그 대안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일도양단의 획일적인 이념 논쟁과 정치적 결단, 그로 인한 입법이 당연시되고 있다. 불법적이지 않다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화되도록 하는 것도 다양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은 원칙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설정하되, 영업점이 자율적으로 칸막이와 환기시설 등을 통해 담배 연기가 비흡연자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게끔 한다면 흡연구역 설치를 허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해당 시설들이 담배 연기가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드시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헌법과 인생은 모두 원칙과 예외가 있다. 절대악과 절대선은 현실 속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상황을 감안하면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금지시킨다면 위헌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헌재도 절대적으로 금지시키는 경우 상당수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예외 없는 금지는 범죄에만 가능하다. 이번 금연구역 확대가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도 다양한 가치들이 상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 용 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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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