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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안 맞는다 했더니…스크린골프 ‘리모컨 조작’ 사기

부산시 금정구 한 스크린 골프장 회원이던 박모(48)씨는 지난해 4월 스크린 골프장 사장인 강모(54)씨로부터 타당 5만원의 내기골프를 치자는 제안을 받았다. 박씨는 평소 안면이 있던 강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씨는 처음 한두 번은 손쉽게 이겨 수십만원을 땄다. 그러자 강씨는 “타당 10만원으로 올려 ‘복수전’을 하고 싶다”며 내기판을 키웠다. 박씨는 판을 키운 뒤 번번이 내기골프에서 졌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샷을 날린 공이 OB(Out of Bound)가 나거나 벙커에 빠졌다.

박씨는 5개월간 11차례에 걸쳐 강씨 등에게 1억820만원을 잃었다. 박씨 등이 특수 제작한 리모컨으로 경기를 조작하는 바람에 낭패를 본 것이다. 금융회사 지점장인 박씨는 검찰에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프로그램을 조작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호경)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특수 제작한 리모컨으로 경기를 조작해 박씨 등 2명에게서 2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강씨 등 14명을 적발해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을 수배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스크린 골프 사기도박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검찰 조사결과 강씨는 지난해 3월 사기도박 전문가인 허모(69)씨와 공학석사 출신인 그의 아들에게 부탁해 특수 리모컨과 USB 형태의 무선수신장치를 개발했다. 리모컨은 작아서 호주머니 속에 숨긴 채 조작이 가능했고 버튼 소리도 나지 않았다. 무선수신장치를 스크린 골프장 컴퓨터에 장착하면 리모컨이 작동된다.

 강씨 등은 박씨가 백스윙을 할 때 리모컨을 눌러 화면의 좌우 방향을 조금씩 바꿨다. 벙커샷을 할 때는 샌드웨지 대신 퍼터를 쓰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조작했다. 이 바람에 박씨는 평소 한두 번이면 충분했던 퍼팅을 서너 번씩 하곤 했다. 하지만 공범인 동반자들은 “스윙할 때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그린을 잘못 읽은 것 같다”며 둘러댔다. 박씨는 언더파까지 치는 ‘고수’였지만 이들의 지능적인 사기행각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3월에는 부산시 영도구 김모(46)씨가 운영하는 다른 스크린 골프장에서 타당 10만원을 걸고 김씨와 내기골프를 해 1억 5200만원을 가로챘다. 김씨와 게임을 할 때는 9홀당 판돈을 최고 4000만원까지 건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 일당은 당초 동반자들에게 마약류인 ‘아티반’을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후 화면을 조작하려 했지만 키보드나 리모컨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소리가 나자 특수 리모컨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씨 등이 리모컨 장비 20대를 팔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함에 따라 또 다른 사기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지검 조호경 부장검사는 “강씨 등이 개발한 장비는 다른 스크린 골프장에서도 무선수신장치만 꽂으면 사용이 가능하다”며 “스크린 골프 제작업체는 리모컨 조작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과 보안장치를 장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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