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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그날 그 일을 사과하고 싶다

이준오
부산대 법학과 4학년
‘회지촌’. 내 컴퓨터에 있는 사진 폴더 이름이다. 온통 회색빛깔 지붕의 마을이어서 난 그곳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10여 년 전 찾아갔을 때 생경했던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다. 부산 오륙도 용호농장의 그 마을은 반쯤 부서져 삭막했다. 어떤 집은 ○ 표시가, 어떤 집은 X 표시가 있었다. 인기척은 없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앞섰다. 조그만 마을을 2시간여 동안 부지런히 쏘다녔다. 부서진 창문, 부서진 농기계들, 버려진 농장 구석의 토끼들. 눈길 가는 대로 셔터를 눌러댔다. 마을은 낯선 이방인에 대해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도 없다고 여겼던 집들 사이에서 2~3개의 불빛이 새어 나왔다. 조심스레 불빛들로 다가갔다. 분명 사람의 흔적은 있는데 사람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숨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주인 없는 불빛만 구경하다가 돌아섰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 몇 번이고 몸을 씻어댔다. 뭐가 그렇게 무섭고 더러웠던 것일까.

 5년 뒤 그곳에 고층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들은 재개발에 떠밀려 터전을 잃고 자취를 감췄다. 어디로 갔을까. 쫓겨나고 버림받아 그곳까지 흘러 들어왔던 사람들이었다. 현재는 발병조차 드물고 치료도 그리 어렵지 않은 나병이지만 20~30년 전만 해도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그곳을 ‘문둥이 촌’이라고 불렀다. TV에서나 봤던 온몸이 문드러지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끔찍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산 너머 그 마을이 우리 동네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조차 싫어했었다. 어른들은 땅값이 떨어진다고, 아이들은 재수가 없다고.

 한센병이라고 한다. 노르웨이 의사 한센이 발견한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질환. 문둥병은 한센병 환자들을 무시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과거 한센병 환자들은 강제로 소록도로 이주당했으며 그곳에서 강제노동, 감금, 단종(斷種) 시술 등과 같은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지어 준 죄인이라는 족쇄였다. 차별조차도 아니었다. 철저한 외면과 기피, 그리고 혐오였다. 단지 아팠을 뿐인데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그런 끔찍한 박해를 잘 모른다. 게다가 겪어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외면한다. 나 역시 그랬다. 스스럼없이 문둥병, 문둥이, 문둥이 촌 등의 말을 남발한다. 과거가 그들에게 찍은 낙인을 현재 반복해 찍고 있는 셈이다. 의학이 발전하고 살기도 좋아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차가운 시선들을 피해 살고 있는지 모른다. 피가 날 정도로 몸을 닦아냈던 나와 같은 시선들을 말이다. 만약 그날 그 ‘회지촌’의 불빛들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내 잘못된 생각과 행동들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이 준 오 부산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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