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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반복되는 북한 도발 막을 수 있나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오래된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프랑스 비시 정부의 한 경찰 간부는 나치 장교가 피살되자 “용의자들을 모두 잡아들이라”고 지시함으로써 실질적인 행동을 회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다. 적지 않은 각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북한의 도발행위, 유엔의 제한적 제재, 냉각기, 대화 재개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언급하면서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게임을 ‘사이클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 이 게임은 ‘직선 게임’이다. 매번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할 때마다 중거리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핵탄두를 결합하는 데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 참가국 정부 모두가 이런 사이클 게임 인식이 생겨난 데 책임이 있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대통령 당선 뒤 5년간 관여해야 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문재인 후보 진영은 미사일 발사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 정부의 실패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근혜 캠프는 억제와 방어를 말하고 있지만 북한을 강력히 비판함으로써 부드러운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오바마 미 정부도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북한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아왔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말로만 대응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북한의 도발 의도를 왜곡하고 미국이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위한 어려운 결정 내리는 일을 회피할 수 있게 한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장(場)으로서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선호한다. 그러나 미국은 시리아나 이란 문제를 다룰 때처럼 북한 문제를 놓고 안보리에서 중국·러시아와 충돌하기를 꺼려왔다. 유엔 주재 미 대표부는 가급적 빨리 북한 문제를 처리하고 다시 중동 문제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은 강력한 제재 결의 채택에 반대하고 제한적인 제재 결의조차 충실히 이행되지 않도록 해왔다.

 중국은 북한 문제가 사이클 게임이 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중국의 외교적 노력은 대립에서 대화로 돌아가는 사이클 게임을 지속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이 기존 합의를 어기고 위협의 도를 높여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 뒤에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온건한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의도가 협상에 복귀하려는 것이거나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선전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면 사이클 게임도 무방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사일 발사 뒤 나온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발언은 과도하게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요인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12일 발사된 은하-3호 미사일이 미국과 한국,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계획된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며 미국의 핵우산을 거둬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북한이 ICBM 능력을 갖춘다고 해도 미국의 핵 억지력에 구멍을 낼 순 없을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능력은 미국 영토를 향해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파괴할 수 있고 나아가 북한 자체를 파괴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ICBM은 동북아시아 전체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며 북한으로 하여금 핵확산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의 도발을 감행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이 ICBM을 갖게 되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제재를 중단하며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방법 말고 우리가 무슨 방법으로 북한이 이란과 같은 나라에 핵능력을 수출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이런 협박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선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사이클 게임’을 끝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계획을 중단시키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쉽진 않을 것이다. 안보리에서 중국에 압력을 가하고 안보리의 다른 논의 과제들에 방해가 될지라도 약화된 제재 결의안의 채택을 저지하며 이란에 부과된 것과 같은 안보리 차원 이외의 추가 제재를 실행하고 한·미·일 및 다른 나라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이 외교적 해결 방안을 가로막기보다 더 효과적으로 만들 것이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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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