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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 어디까지 왔나

일본 맥주 기업 삿포로는 맥아의 원재료인 양질의 보리 확보를 위해 국내외 특정 농가를 지정해 직접 관리한다. 삿포로 인터내셔널 영업부 구쓰나 야스노리(忽那泰範) 매니저는 “맥주는 자연 발효식품이라 원료가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처럼 원료로 맛의 등급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의 변화로 포도 작황이 나빠지면 와인 맛이 떨어지듯이 맥주도 보리가 재배되는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구쓰나가 밝힌 삿포로의 맥주 보리 재배 국가는 캐나다·호주·독일·프랑스·덴마크·영국·일본 등 7개국이다. 반면 국내 맥주 회사들이 보리를 수입하는 국가는 호주에 편중돼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전체 맥주 보리 수입량은 4만5777t으로, 이 중 호주산이 98.3%를 차지했다. 현지에서 직접 발아시켜 수입한 맥아도 호주산이 68.4%, 미국산이 18.7%다. 구쓰나는 “원재료 수입이 한두 개 국가에 편중되면 작황이 좋지 않을 때 질이 떨어지는 보리를 살 수밖에 없다”며 “수입 국가를 분산시키고,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 협업하는 게 삿포로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 맥주 회사인 하이트진로는 “호주에서 맥주 보리를 공급하는 회사와 연간 수시로 기술 회의를 열어 품질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비맥주 측도 “품질 변화를 막기 위해 파종기부터 수확기까지 기간별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맥주를 뽑아내는 과정도 품질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주도 하우스맥주집에서 제주보리로만 맥주를 만들어 파는 스페인 맥주전문가 보리스 데 메조네스(51)는 “한국 맥주를 마시면 거품과 향, 보디(body·밀도)가 약한데 이는 적은 원료로 많은 알코올 성분을 뽑아내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맥주의 기술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맥주회사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아사히·칼스버그 등 세계적 맥주 회사들은 자신들만의 효모를 개발해 사용하는데 이는 영업비밀이라 우리가 쉽게 취득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맥주와 공기의 직접 접촉을 막아 산화를 방지하고 특유의 향취를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거품의 포지력(抱持力)도 중요하다”며 “한국 맥주는 이 부분에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최준호·장정훈·고성표·박민제·김민상 기자,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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