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한국 화장품 ‘설화수’쓰는 이설주 … “김일성 주치의 손녀설”

샤넬풍 패션에 크리스찬디올 클러치백을 좋아하는 그녀가 한국 화장품에 빠졌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 이야기다. 대북 소식통은 14일 “최근 방북한 미국 국적의 유력 한인 인사를 통해 이설주에게 한국산 화장품 세트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평양 로열패밀리의 여성이 서울에서 공수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설주에게 전달된 화장품 브랜드는 아모레 퍼시픽이 ‘명품 한방 화장품’을 표방해 만들고 있는 ‘설화수’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은 “이설주를 위해 사용법이 상세하게 적힌 메모가 함께 보내진 것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남조선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국인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이란 점이 선택 요건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종합예술학교 최선임(패션예술학) 교수는 “북한에서 반감이 심한 일본산 S브랜드를 사용할 경우 부담이 따르고, 서방 화장품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산에 호기심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설주는 출범 1년차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7월 첫 등장 때부터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은하수관현악단 가수에서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 동지’로 불리며 평양판 신데렐라가 된 것이다. 이름을 드러낸 첫 무대가 외교사절까지 초청된 능라인민유원지 개관식이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당찬 모습이었다. 김일성 배지를 떼낸 대신 브로치로 멋을 낸 옷차림에 김정은과 팔짱을 낀 모습은 북한 주민은 물론 외부 세계에도 충격을 던졌다.

 그녀의 구체적인 신상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응원차 남한을 다녀갔고 중국 유학(성악 전공)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9년 결혼해 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힌 정도다. “평범한 집안 출신”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탈북자는 “이설주는 북한의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이광근 합영투자위원장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김일성종합대 독일어과를 졸업한 이광근은 무역기관 대표와 무역상(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다. 김정은 시대가 문을 연 직후인 지난 2월 현직에 임명됐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자신의 인맥인 이광근의 딸을 김정은에게 소개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 탈북자는 “이광근의 부친은 김일성 주치의로 전용 의료시설인 봉화진료소장을 지낸 이영구 박사”라고 덧붙였다. 로열패밀리와 밀접한 관계인 이설주의 집안이 간택 배경이란 얘기다. 국정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 공개 활동의 70%를 따라다니던 이설주는 요즘 두문불출이다. 9월 초 공연 관람 이후 외부활동이 없어 행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11월 초 잠깐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잠수 상태다. 임신설이 유력하지만 확인된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은 올 한 해 놀이공원에 푹 빠져 지냈다. 그는 평양 등지에 30개 이상의 테마파크를 새로 짓거나 수리하도록 했다. 자신이 유학한 스위스의 알파마레 워터파크가 모델이다. 지난여름 문을 연 능라도 물놀이장과 곱등어(돌고래의 북한식 표현)쇼 시설도 여기에서 따왔다. 5월에는 평양의 대표적 놀이시설인 만경대유희장을 찾았다가 잡초가 난 걸 보고 역정을 낸 게 북한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됐다. 세계적 유희시설을 어린 시절 경험한 김정은에게 평양의 낙후된 놀이시설은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에는 서해 남포 앞바다의 바닷물을 50㎞ 이상 끌어들여 해수(海水) 수영장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외국처럼 대동강에 식당이 딸린 유람선을 띄우라”고 지시해 조선소에서는 서구형을 본뜬 유람선박이 건조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동강 유람을 위한 케이블카 건설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첩보도 있다.

 민생과 동떨어진 지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평양 근교 북한군 기마중대를 찾아 “근로자·청소년을 위해 승마장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귀족 마인드가 드러난 대목”이라며 “북한 실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경우도 승마 인구가 2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05%에 불과한 형편인데 북한 주민을 위한 승마장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4월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이 공염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혁·개방과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행보도 엿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7월 이설주와 함께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모란봉악단 공연을 봤다. 선정적 옷차림의 가수들이 등장해 서방 가요를 부른 행사였다. 김정은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모범적 혁신’이라고 만족했다. 그렇지만 며칠 뒤 “부르주아 날라리풍이 확산될 수 있으니 청소년과 군인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말라”며 차단했다. 올 초 “경제 관리 방식 개편에 대해 맘놓고 의견을 개진하라”고 했던 김정은은 지난 9월 “자본주의를 논하는 자들은 무자비하게 짓뭉개라”며 개혁안을 내놓았던 지방 관료와 학자들을 처벌한 것으로 관계당국은 전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130여 차례 공개활동 중 김정은의 경제현장 방문은 16차례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평양에 지은 전시성 음식점과 상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뜨고 진 평양의 별들을 살펴보면 ‘믿을 건 핏줄뿐’이란 김정은의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평양의 로열패밀리들이 입지를 다졌고, 최고 권력자의 눈 밖에 난 당과 군부 인사는 가차 없이 숙청과 강등을 당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잇따른 튀는 행동으로 화제가 됐다. 오빠의 공식 행사장에 등장해 뛰어다니고,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관영 TV에 생생히 잡혔지만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장례식 때 눈물짓던 모습에서 명랑소녀로 탈바꿈했다.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그의 남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후견그룹의 쌍두마차다. 이들 부부는 김정은의 기마중대 방문 때 다른 간부들과 달리 금속장식의 고삐가 달린 말을 타고 등장해 특별한 존재임을 과시했다. 김경희는 아버지와 오빠가 일궈놓은 김씨 왕조의 안방마님 격이다. 9월 싱가포르에 병 치료를 다녀올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있지만 김정은에 대한 영향력은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장성택은 물 만난 고기처럼 권력 전면에 나서 김정은을 수행한다. 처남인 김정일의 그늘에서 ‘만년 2인자’ 신세로 부침을 거듭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당·정·군의 핵심 간부들이 망라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올랐다. 부인인 김경희에게 뒤처졌던 권력서열도 최근 들어 종종 앞서 호명되는 등 입지를 넓혀 가는 모양새다.

 군부 강경파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역으로 지목되는 김격식은 지난달 국방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총참모장 시절인 2009년 초 갑자기 일선 군단장으로 방출돼 강등설이 나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김정일은 ‘우리 격식이’라고 부르며 간부들 앞에서 “나와 동무는 격식이 없는 사이”라고 힘을 실어줬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2일 로켓 발사를 책임진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비서 박도춘과 기계공업부장 주규창도 떠오른 실세 면면에 막판 합류했다. 4월에 이어 또다시 실패했다면 어떤 운명을 맞았을지 모를 일이다.

 몰락의 쓴맛을 본 건 이른바 ‘운구차 군부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장례차 왼편 맨 앞에 섰던 이영호 총참모장은 7월 전격 숙청돼 행방이 묘연하다. 김정각 무력부장은 한직인 김일성군사종합대 총장으로 옮겼다. 한때 군부에서 잘나갔던 김영춘 차수도 당 민방위부장을 맡아 힘을 잃었고, 보위부의 최고 실세이던 우동측은 뇌졸중으로 거동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정권의 지난 1년은 권력 승계에 안착하고 군부 숙청 같은 충격요법을 통해 일단 불안정하지만 순조로운 출발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발사 성공은 선군 통치를 정당화하고 주민 충성심을 결집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 험하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모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와 함께 자본주의식 공연을 보고 농업개혁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김정은의 변화를 예견했다.

 하지만 그는 상징적 차원의 전술로 본질적인 변화 요구를 회피했다. 국제사회는 후견세력이 치밀하게 연출한 김정은의 말과 제스처에 홀려 핵·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집착하는 발걸음을 놓친 형국이 됐다. ‘로켓 발사 성공’으로 집권 2년차를 시작할 김정은 체제는 한국과 국제사회에 명백하고 현실적인 위협으로 성큼 다가섰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