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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걸린다더니 … 군, 북이 쏘니까 “로켓 장착 알았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성 김 주한 미대사(오른쪽)와 함께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왼쪽에서 둘째)과 정승조 합참의장이 악수하며 뒤따르고 있다. [뉴스1]

모르고 당한 거냐, 알고도 가만있었던 거냐. 11일 오후만 해도 심각한 결함으로 발사가 늦춰질 것이라던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느닷없이 12일 오전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우리 당국의 정보력에 대해 질타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 공간 등에선 “노크 귀순을 해도 모르고, 미사일을 쏴도 모른다”는 비판이 일고 “북한이 우리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가만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나”라는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일단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2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발사 준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미국의 정보여서 공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군 정보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다. 그는 또 “미국과 정보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졌고, 군사기밀이어서 공개할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취지였다. 해체하려는 것으로 본 당초 판단과 달리 오후 늦게 로켓을 발사대에 세워 놓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국내외 언론들이 수리를 위해 로켓을 해체 중이라는 보도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도 “국방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내용이 아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 일정을 29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발표(10일)한 이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의 분위기는 김 장관의 설명과 달랐다. 10일부터 정부 당국자들은 “어쩌면 연내 발사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말을 내놓기 시작했다. 국방부 역시 “13일에서 15일 사이에 발사장에 눈이 내려 그 이후에나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오전 상업위성 영상을 토대로 “발사가 임박했다”는 미국의 언론 보도엔 “오보”라고 일축했다.

 특히 군의 대응 수위도 한 단계 낮아진 상황이었다. 군은 북한이 발사 기간으로 예고한 10일부터 국방부와 합참 공동으로 가동한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을 11일 소장에서 준장으로 낮췄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장기 대비 태세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분간 발사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조치였던 셈이다.

 게다가 군 내부에선 궤도 추적을 위해 해상에 출동해 있는 이지스함을 일시 귀환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아침 스케줄도 비상대기 상태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김 장관은 북한이 아침 일찍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했었다. 통상 합참의장이 참석하는 조찬간담회도 차장을 대리 참석하게 하고 의장은 합참을 지키도록 했다. 여차하면 지휘통제실에서 바로 의장이 지휘토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1일부터 합참의장은 평소처럼 장관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국방부는 또 이날 고위 당국자들과 기자단의 간담회를 14일 열기로 날짜를 정했다. 적어도 이번주 안에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서다. 발사 당일인 12일 오전까지도 국방부와 합참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한 교란 전술을 편 뒤 한 방을 먹이는 북한의 유격대식 기습 발사에 군 당국은 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의 실전 대비 태세와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정확한 대북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거나,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자는 “어제(11일) 상황만 놓고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발사를 하려면 주변을 깨끗이 치워야 하는데 크레인이 움직여 마치 수리를 하는 것으로 보였고, 가림막을 걷는 것도 로켓 해체를 위한 작업인지 발사를 준비하는 것인지 판독하기 아리송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동창리 활동과 관련해서 대부분 미국의 위성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북한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분석한 뒤 대응해야 할 우리 군엔 눈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깜깜이’ 정보 능력에 북한의 기만전술이 더해져 혼선을 빚은 셈이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로켓 발사는 소총을 쏘는 것과 달리 연료와 시동제 주입을 포함해 사전에 임박한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우리가 실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키나와 상공을 지난 이후엔 로켓의 행로를 탐지할 수단도 없었다. 서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세종대왕함의 레이더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초기 궤적을 탐지해 냈을 뿐이다. 세종대왕함은 지난 4월에 이어 처음으로 로켓 발사를 탐지해 냈고, 율곡이이함과 서애류성용함으로 궤도 추적 임무를 인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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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