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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학교폭력] 대구 권승민군 희생 그 후 1년 … 어머니의 추모 편지

지난해 12월 급우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권승민(당시 13세)군의 어머니 임지영(48)씨가 1주기를 앞둔 11일 밤 권군의 방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촛불을 켜고 아들의 책상에 앉은 어머니는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았다. 아들의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어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렸다.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같은 반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지난해 12월 20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구의 중학생 권승민(당시 13세)군이다.

 어머니 임지영(48·중학교 교사)씨는 11일 오후 8시 아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책상에 앉아 편지를 썼다. 1주기를 맞는 20일 아들이 잠들어 있는 대구시 동구의 추모관에서 읽어주기 위한 편지다. 임씨는 “아직도 엄마는 우리 아들 올 때가 됐는데 하며 현관문을 쳐다본단다”라고 썼다.

 임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지난 1년간 달라진 점도 알렸다. 그는 “네가 떠나고 나서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규정들을 ‘권승민법’이라고 부르더라”고 적었다. 그러곤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고 엄마가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네가 세상을 떠나려는 아이들을 만류해줬으면 좋겠어. 엄마처럼 슬퍼하고 아픈 가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권군이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권군의 부모와 형(17·고2) 등 세 식구는 신경안정제 등에 의지해 1년을 버텨왔지만 여전히 불면증과 불안증세로 고통받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고교 교사로 재직하며 주말 부부로 지냈던 권군의 아버지(48)는 지난 8월 21년여 동안 근무했던 학교를 그만두었다. 권씨는 “승민이가 떠난 뒤 고통받는 아내와 아들을 그냥 둘 수 없어 천직으로 생각했던 교직을 포기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임씨는 지금 ‘학교폭력과의 전쟁’의 제1선에 서 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딛고 언론과 수십 차례 인터뷰를 하며 학교폭력의 근절을 촉구했다. 책도 펴냈다. 지난 7월 쓴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를 통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과 학교폭력의 무서움을 알렸다. 가해 학생을 형사 처벌받게 한 데 이어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결국 학교법인과 교장·담임교사·가해자 부모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전국의 자살 학생 부모를 만나 위로하고 용기도 줬다.

 임씨는 그런 활동을 하는 동안 아들을 잃은 아픔 못지않게 힘든 순간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자식을 잃은 데는) 엄마의 책임도 있다” “돈 때문에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람이 너무 독하다”는 말을 들을 땐 세상이 야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들이 긴 유서를 남긴 것은 학교폭력을 없애달라는 호소였다고 생각해서다. 임씨는 “자살은 주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주는 가장 나쁜 선택이라는 것을 학생들은 알아야 한다”며 “부모·교사·경찰관에게 털어놓으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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