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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16)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

채윤경 기자
이혼은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이혼 당사자인 부부도 힘들지만 부모가 남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자녀들의 걱정과 두려움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지요. 그래서 잘사는 것만큼 ‘잘 헤어지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가족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건강한 이혼’을 위해 지난 1일 부산가정법원이 도입한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 이달부터 도입

#1. 지난 7월 부산시 중구에 사는 A씨(43)는 가정 불화로 부인 B씨(40)와 부산가정법원에 협의이혼을 신청했다. 부부의 딸(13)과 아들(10)이 모두 부모의 이혼에 반대해 두 사람은 부산시 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부모 집단상담과 교육을 받았다. 이혼하기 전 마지막 기회를 서로에게 준 것이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이혼 의사를 철회했다. 부부는 “교육을 받으면서 이혼까지 오게 된 데에는 우리 두 사람에게 공동 책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가정과 자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돼 이혼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C씨(44)와 부인 D씨(41)는 지난 여름 협의이혼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시행하는 부모 교육을 받았다. 부모에게 반항하고 욕설을 서슴지 않는 딸(14)과 자신을 무시하는 부인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던 C씨는 아버지 집단상담과 부모 교육을 받았고, 아내 D씨는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부모 집단상담과 부모 교육을 받았다. 아버지 집단상담에서 C씨는 어린 시절 친부모와 양부모로부터 버림받았던 경험이 지금 가족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인은 어머니 집단상담을 통해 자신이 자녀와 남편의 언어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자녀에 대한 걱정·관심·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뒤 석 달 만에 이혼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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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가정법원은 지난 1일부터 초등학생 이하 미성년 자녀(0~13세 이하)를 둔 부부가 협의이혼을 할 때는 의무적으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부모 교육과 가족캠프, 집단상담 등 후견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협의이혼은 소송 등 법원을 거치지 않고 부부의 동의에 따라 결별하는 통상의 이혼을 말한다. 현재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는 3개월, 없는 경우는 1개월의 숙려 기간을 가진 뒤 협의이혼이 가능하다.

 최근 새로 도입된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는 협의이혼 때에도 전문가의 상담을 받지 않으면 이혼을 허가하지 않는 제도로, 이혼 숙려기간과 더불어 어린 자녀를 둔 부부가 홧김에 이혼하거나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법원의 고육책이다. 법원은 동시에 부모 교육, 가족캠프, 집단상담 등 후견 프로그램 참여도 독려하기로 했다. 부산가정법원에서 의무상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는 11만4300여 쌍으로 한국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법원이 협의이혼 부부를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전체 이혼부부 중 8만6400여 쌍인 75%가 협의이혼을 선택했고, 재판이혼에 비해 갈등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재판이혼의 경우 부모 교육, 심화된 부모 교육, 가족캠프, 상담 등 다양한 후견적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 반면, 협의이혼의 경우는 상담제도도 부실하고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에게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지난해 협의이혼 부부의 절반 이상인 6만428쌍이 미성년 자녀를 둔 데다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들이 우울증을 겪거나 범죄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박주영 부산가정법원 공보판사는 “협의이혼 당사자들이 전문가 상담 및 후견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하면 이혼 철회를 이끌어내는 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나이 어린 자녀를 둔 부부에겐 이혼 후 자녀 양육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자녀들이 비행에 빠질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의 말대로 부부의 이혼 때문에 상처받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자녀는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2006년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가 전국의 일반 초·중·고생과 교정시설 수용 경험이 있는 청소년 20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9.5%가 한 부모 가정 출신이었고, 그중 56%는 ‘부모의 이혼 때문에 가정이 깨졌다’고 답했다. 정진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24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살인 범죄를 분석한 결과 도시·시골 구분 없이 이혼율이 살인 발생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지역사회의 구조적 특성이 살인 범죄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이혼율과 살인범죄율의 상관관계가 외국인, 숙박·음식업 비율 등 다른 변수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부모의 이혼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자녀들은 우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3세 이하의 영유아기에는 걸음마, 언어, 대소변 가리기 등의 발달이 늦거나 엄마에게 유난히 매달리거나 반항하고, 3~6세 아이는 짜증을 내고 밤에 이불에 오줌을 싸거나 두통·복통 등 신체적 아픔을 호소한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학교 성적이나 운동, 집안에서 할 일 등 일상적인 역할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사춘기와 맞물린 13~18세 청소년기에는 이 같은 증세와 더불어 무단 결석, 가출, 약물 남용, 자살에 이르기까지 자기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혼 당사자의 스트레스도 적잖다.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한 부모 가족 291명을 상대로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 부모 가족의 부모가 일반인들보다 3배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울증도 양부모 가정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 당시 ‘심리적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배우자에 대한 원망으로 생긴 분노를 자녀에게 발산하는 경향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의이혼에 대한 외국 사례

외국은 협의이혼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해도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는 상당 기간의 상담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미성년 자녀가 있거나 배우자 한쪽이 이혼을 거부할 경우 법원은 3개월 이내에서 이혼 절차를 중단하고 결혼상담가·심리학자·정신과의사·목사 등과 상담할 것을 지시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1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 법원은 최대 3회에 걸친 상담을 명령할 수 있다. 애리조나주를 비롯한 몇몇 주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 참석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부모에겐 법정 모독에 준하는 처벌을 한다.

 호주의 가족법은 12개월 이상 별거해야 이혼이 가능하다. 또한 결혼 기간이 2년 미만인 부부는 이혼 과정에서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으면 자녀 양육에 관한 적정한 합의가 있어야만 이혼을 허가한다. 독일에는 협의이혼이란 게 아예 없다. 부부 양측이 이혼을 원해도 1년 이상 별거한 뒤에야 이혼을 신청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이혼할 수 있다. 더불어 부부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이혼소송 절차에서 자녀의 양육과 면접 교섭의 문제 등과 관련해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우리 법원 역시 협의이혼 때 부부가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쉽게 이혼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 민법 개정을 통해 협의이혼 절차를 강화했다. 1개월(미성년 자녀가 없는 경우) 또는 3개월(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의 이혼 숙려기간을 도입하고 이혼가정 자녀의 양육 환경 개선을 위해 자녀 양육사항 합의를 의무화한 것 등이 그것이다. 즉 협의이혼 당사자는 숙려기간이 지난 뒤 가정법원으로부터 이혼의사 확인을 받아야 이혼이 가능하다. 또한 협의이혼을 원하는 부부는 법원에 양육자 결정, 양육비용 부담액, 면접 교섭권의 행사 여부와 방법 등이 기재된 협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2009년에는 상대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가사소송법상 이행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양육비 부담조서 제도’가 도입됐다. 부산가정법원에서 도입한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도 역시 협의이혼 절차 강화의 일환이다.

법원이 의무상담 날짜 정해줘

의무상담제도는 어떻게 운영될까. ①부부가 법원에 협의이혼을 신청하면 법원은 당사자들에게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도를 안내해 주고 상담 일자를 지정한다. 이 때 부부는 상담 대신 부부 캠프 또는 1박2일 이혼가정 치유캠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②상담일에 부부관계 전문 상담가와 가정폭력상담센터장 등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와 만나 부부 관계, 자녀 양육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③부부가 상담 뒤에도 이혼을 원하면 상담자는 상담 확인서를 발부한다. 확인서가 첨부된 사건만 이혼 신청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상담위원들은 추가적인 상담이나 프로그램 참여가 필요한 당사자들에게 협의이혼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유할 수 있다. 박 공보판사는 “의무상담제 도입 이전 13쌍의 부부를 상대로 의무상담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해 본 결과 전원이 이혼 의사를 철회했다”며 “이 제도를 통해 ‘건강한 이혼’뿐 아니라 ‘건강한 가정 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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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