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엄마, 두나 잘 커서 한국 왔어요 원망 안 해요 … 고마워요

K팝스타 오디션 본선에서 노래를 부르는 섀넌 하이트(한국이름 정두나). 친엄마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 도전한 무대다. [SBS방송 캡처]

“어떤 이들은 모든 것을 원하죠. 하지만 나에겐 당신이 없다면 아무 것도 소용 없어요. 내 곁에 당신이 없다면. 내 곁에 당신이 없다면….”

 지난 10월 24일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2의 본선 1라운드 녹화장. 한국말이 서툰 입양아 섀넌 하이트(30·여)가 무대에서 미국 팝가수 앨리시아 키스의 ‘내게 당신이 없다면(If I Ain’t Got You)’을 불렀다. 열창이었지만 심사위원의 평가는 “죄송하지만 탈락입니다”였다. 심사위원인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이어 말했다. “여기서 용기를 잃지 않고 꼭 섀넌이 찾는 그분을 만나길 기원합니다.”

 정두나. 1982년 3월 20일생. 섀넌의 한국 이름과 출생일이다. 섀넌이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이게 다다. 그나마도 확실치 않다. 네 살이던 그는 쌍둥이 언니(셰론)와 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한국의 입양기관조차 그들의 본명을 정확히는 몰랐다고 한다. 주한미군이었던 양부모와 1년 뒤 미국으로 건너가 배다른 세 남매와 함께 미국인으로 자랐다. 학창시절 섀넌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창피했다.

 “중학생 때 친한 친구가 어느날부터 나를 ‘찰리’라고 부르기에 무슨 뜻인지 알아봤어요. 베트남전 때 베트남 사람을 비하해 부르던 표현이었어요. 20년이 지나도 그 일이 잊혀지지 않는 걸 보면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입양 당시 섀넌(왼쪽)과 쌍둥이 언니 셰론.
 미국 사람으로 자란 섀넌이 한국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건 2007년, 25세 때였다. 대학졸업 후 고연봉의 직장을 얻었지만 ‘뭔가’가 늘 허전했다. 한국이 궁금했다. 잠깐 여행만 하고 돌아가려던 섀넌의 한국 생활은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경기도 광주의 위안부 피해자 생활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영어로 번역해 세상에 알렸다. 주말엔 한국미혼모협회에 가서 아이들을 돌봤다. 지난해부터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러면서도 섀넌은 친엄마를 적극적으론 찾지 않았다. “내 사생활을 공개하면서까지 가족을 찾고 싶지는 않았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85) 할머니가 그의 마음을 바꿨다. 강 할머니는 섀넌에게 “엄마를 꼭 찾아야 돼. 가족 찾는데 너 사생활이 조금 알려지는 게 어때서. 이 할미도 이렇게 잘 살잖아”라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계기다. 부족한 노래 실력이지만 도움이 될까 싶었다. 섀넌은 오디션 탈락 후 “더이상 두렵지 않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엄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엄마, 엄마 쌍둥이 딸 하나와 두나 이렇게 잘 커서 한국에 왔어. 나 엄마 원망 하나도 안 해. 오히려 고마워요. 엄마 생각하면서 미혼모분들 돕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분들이 너무 좋은 친구가 됐어요. 우리 곧 만날 때까지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세요.”

손광균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