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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냉장고’ 교실,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에게 “교실이 너무 추워 학생들이 고생한다”는 제보를 듣고 긴가민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20-50 클럽’ 국가에서 가당한 일인가 해서다. ‘학교 업그레이드’ 시리즈 취재를 해온 터라 현장을 확인해 보려고 직접 온도계를 들고 서울의 중·고교 다섯 곳을 찾았다. 교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 고교의 복도에선 영하 2도가 찍혔다. 학생과 교사들은 대부분 두꺼운 점퍼 차림이었다. 낡은 창틀을 통해 교실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온도계를 들고 창가 쪽으로 걸어가니 온도가 뚝뚝 떨어졌다. 복도 쪽 자리는 볼이 시릴 정도였다. 온도계를 보니 영상 6.5도였다. 정부의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영상 18~20도)보다 최고 세 배 이상 낮았다. <본지 12월 12일자 8면>

 학교가 난방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돈이 없어 낡은 시설을 고치지 못하다 보니 난방을 해도 교실이 덥혀지지 않았다. 잘 닫히지도 않는 창문과 찌그러진 창틀 사이로 쌩쌩 바람이 들어오고, 히터의 열기는 빠져나가는 악순환 구조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교장들은 무감각해 보였다. 취재를 거부한 한 중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집에서 너무 따뜻하게 살다 보니 추위를 많이 탄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온도를 점검하느냐”고 묻자 “학교 운영 지침에 그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도 마찬가지였다. “겨울철 학교 온도 관리 지침이 왜 없느냐”고 하자 “도대체 교실 온도가 몇 도나 되느냐”며 궁금해할 정도였다.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의 추위 고통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들은 취학 전 아동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교육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겨울 교실의 현실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 같은 거창한 공약도 좋지만 정작 교실이 어떤 상태인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후보들은 더 실망스럽다. 보수·진보 이념대결에만 몰두할 뿐 학교 시설 개선에는 소극적이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무상 복지·교육을 외치면서 학교시설 예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학교시설·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2010년 6179억원에서 올해 284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내년에는 취학 전 아동 보육·교육 예산이 급증해 창문 보강이나 냉·난방 개선비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대통령·교육감 선거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냉기가 온몸을 파고드는 ‘냉장고 교실’에 한 번이라도 가봤는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아이들이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추위에 떨고 있는데 ‘공짜 복지’만 외치니 가슴이 답답하다. 담요와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낀 채 공부하는 학생들이 해외토픽에 나올까 걱정된다.

이 유 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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