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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게…" "찍어줄게" 바바리맨 본 女반응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바바리맨에 관한 얘기도 ‘세월 따라 유행 따라’ 변한다.

 45년 전 초등학생 때였다. 그 시절에도 중학 입시지옥이란 게 있었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공부했다. 밤늦게 그룹과외를 하고는 집에 돌아가는 길. 가로등도 없고 거리도 한적했던 그 시절. 골목을 막 돌아서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내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바지를 벗고는 사타구니에서 뭔가를 꺼내 흔들고 있는 거다. 너무 놀라 소리 지르며 뒤돌아 도망을 쳤다. 그 후 그 근처엔 얼씬도 안 하고 시간이 갑절이나 더 걸리는 길로 돌아서 다녔다. 선생님께 일렀지만 “그 사람은 괴물이다. 다음부턴 괴물이 사는 그쪽으로 다니지 마라”란 말씀만 하셨다. 짝꿍도 보고 반장도 봤다는데도 “너희들은 공부만 생각할 때”란 말씀만 하셨지 괴물 없애줄 생각은 안 하셨다. 나중엔 애들 입에서 입으로 ‘그곳에 사는 괴물은 다리가 세 개다’란 소문까지 돌았다. 소풍 가는 날에 비가 오면 ‘옛날 소사 아저씨가 학교에서 뱀을 잡아 죽여서 뱀의 저주로 비가 오게 하는 거다’란 소문과 비슷한 거였다.

 알몸에 바바리만 걸치고 주로 여학교 근처에 등장해서 ‘깜짝 노출쇼’를 하는 노출증 환자, 일명 바바리맨. 영국의 버버리코트에서 유래된 바바리. 걔네들은 자기 브랜드가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를 거다. 꼭 바바리를 입지 않더라도 그런 노출증 환자를 모두 바바리맨이라 부르는 것까지도.

 지난 6일 ‘나체쇼 바바리맨을 쫓아가 잡은 여고생들’이란 기사가 있었다. 학교 앞에 여러 번 나타나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신출귀몰한 그를 경찰도 잡지 못했다고 하는데. 사건 당일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작은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에 그가 그 학생들 곁에 다가와서 옷을 열어젖히고는 음란행위를 했던 모양이다. 그런 그를, 여학생들이 즉석에서 잡아 경찰에 넘겼단다. 때마침 지나던 배움터지킴이 아저씨의 도움도 있었지만 태권도 유단자인 여학생의 공이 컸다는데.

 바바리맨 대처법. 참 다양하다. 예전에 어떤 여학생은 다소곳한 목소리로 “아저씨 잠깐 그렇게 하고 계세요. 제가 핸드폰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려 드릴게요” 했더란다. 또 옷을 열어젖히고 한참 동안 열중하고 있는 아저씨를 향해 손가락질로 ‘에게게’ 하면서 깔깔거렸다는 어떤 여학생들의 무용담도 있다. 참 당차다. 예전에 우리들은 괴물이라 생각하고 도망가기 바빴는데. 노출증 환자의 목적이 상대가 놀라 도망치는 것이라니, 의연하게 대처하고 경찰에 즉시 신고하자.

 바바리맨. 알몸이니 흉기 감출 곳도 없고, 흉기를 들고 있기엔 두 손도 바쁠 터이니 여러 명이 당한 경우라면 ‘수치스러운 건 보여주는 너지, 보는 내가 아니다’란 맘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자기 몸 확실하게 지켜줄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엄 을 순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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