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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관료·전문가의 배반’ 이제 그만

김영훈
경제부문 기자
결산의 계절이다. 여러 단체가 앞다퉈 ‘올해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 경제는 불안했고 힘겨웠다. 마음을 더 헛헛하게 만든 건 전문가의 배반이었다. 10년 부은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적금만 못하다는 소비자 리포트(10월)는 황망했다.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금융사끼리 담합했다는 의혹(7월)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뿐이 아니다. 올해 경제에 대한 각종 기관의 전망은 전부 틀렸다. 틀려도 너무 틀려서 미래 예측의 어려움을 감안해 주기조차 어렵다.

 은행·증권사로 피땀 흘려 번 돈을 가지고 가는 건 결국 전문가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해 몇 마디 토를 달아보다가도 ‘전문가가 하는 일이니…’ 하고 물러선다. 그렇게 믿고 맡겼는데 적금보다 못한 연금저축 수익률이 나오니 분한 것이다. 재야 고수의 주장보다 금융사 전망을 믿은 것도 그들이 공인된 전문가였기 때문이었다.

 금융사만이 아니다. 정책 전문가인 관료 사회가 어수선하다. 권력 교체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관료의 배반과 관련해 뒷맛이 썼던 올해의 기억은 7월 열린 ‘내수활성화 끝장 토론’이었다. 토론이 있기 불과 한 달 전 ‘장기전이니 차분히 가겠다’던 정부의 하반기 경제 정책방향 기조는 이날 단번에 허물어졌다. 토론은 깜짝 발표와 후속 대책을 만드느라 부산했다. 내수 살리자는 데 토를 달자는 건 아니다. 한 달 만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뒤집은 ‘방식’이 잘못이란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권이 바뀔 때면 통과의례처럼 돼 버린 조직 개편을 앞두고 부처마다 대응 논리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새 권력이 마주해야 할 경제 상황은 어느 정권보다 엄혹한데 다들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흥분한 새 권력이 차분히 징검다리를 건너가도록 길잡이 역할을 할 전문가 집단이 바로 관료다.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선택한 것도 테크노크라트 중심의 정부였다. 전문가의 배반은 제발 올해로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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