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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근면·성실한 한국인, 성과 파티 즐겨라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새해 인사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시기를 좋아한다.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되돌아보고 내년에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계획하게 되기 때문이다.

 12월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때가 바로 파티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가족, 친구들, 주변 동료와 즐거운 파티를 한다. 이 시기에 개봉되는 많은 영화도 파티나 크리스마스 혹은 새해에 관한 것이 많다. 12월이 춥고 외롭기보다 따뜻한 축제 분위기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연말 파티, 특히 회사가 여는 파티는 필자가 즐겨 하는 문화적 차이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문화가 각기 다른 스타일로 연말 파티를 즐기는 것을 관찰하면 각 국가의 특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먼저 거의 모든 문화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보통 회사에서 개최하는 연말파티에 파트너는 초대되지 않는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묘한 관습으로 보인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회사가 가족 다음으로 중요한 ‘제2의 가족’이라는 점과 연관이 있는 듯싶다. 진짜 가족과 ‘제2의 가족’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챙기긴 쉽지 않을 테니까. 모두가 공짜 음식과 음료, 그리고 경품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공통점이다.

 차이점을 살펴보면 더 재미있다. 남미의 파티가 가장 편안하고 개성이 넘치는 것 같다. 남미 하면 파티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파나마에서는 행사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것도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영국인처럼 한쪽 다리에서 다른 쪽으로 무게중심만 옮기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춤을 춘다. 멕시코에서는 먼저 식사가 제공되지만 곧 무대로 자리를 옮겨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영국인은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야 춤을 춘다. 타고난 춤꾼이 아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대부분 혼자 무대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장기자랑에 나가기 위해 팀을 이뤄 함께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부서 사람이 함께 참가하고 단체 공연처럼 조직적으로 준비한다. 개인이 혼자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팀 단위로 준비한 장기를 훌륭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연말 파티는 필자가 참석한 어느 나라의 파티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넓은 홀에 DJ나 연주 밴드, 뷔페 음식과 여러 종류의 술만 있으면 파티가 된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행사를 총괄하는 기획자가 필요하다.

 또 다른 차이는 파티 시간이다. 남미에서는 모두가 도착해야 파티가 시작된다. 보통 초청장에 적힌 시간보다 한 시간가량 늦게 시작하고 마지막 사람이 떠날 때까지 파티가 계속된다. 다음 날 새벽 6시를 넘기는 것도 흔하다. 한국에서는 초청장에 적힌 시작시간에 정확히 파티가 시작된다. 끝나는 시간은 마지막 경품 추첨이 끝나고 대략 7분 이내인 듯싶다. 비슷한 시간에 오고, 비슷한 시간에 떠나는 한국의 파티 문화는 결혼식 문화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요약하면, 한국인은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반면 통제가 잘 되어 있다. 남미 사람은 좀 더 느슨하지만 재미있고, 영국 사람들은 남미 사람과 비슷하지만 춤은 잘 못 춘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춤이 없는 파티는 파티가 아니라 모임이나 축하연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한국인을 가장 잘 묘사하는 두 단어는 ‘근면, 성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한국인 직원과 매일 함께 일하면서 이를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은 생각보다는 덜 행복해 보인다. 올해 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34개국 중 26위에 머물렀다. 필자는 한국인들이야말로 여타의 많은 나라 사람들보다 그동안 이룬 성과를 자축하고 이를 진심으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더욱 견실해졌고 또한 더욱 부강해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공은 반드시 축하해야 한다고 믿는다. 올해는 독자 모두가 자신을 격려하고, 연말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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