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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통속

통속 -정끝별(1964~ )

서두르다를 서투르다로 잘못 읽었다 잘못 읽는 글자들이 점점 많아진다 화두를 화투로, 가늠을 가름으로, 돌입을 몰입으로, 비박을 피박으로 읽어도 문맥이 통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네살배기 딸도 그랬다 번번이 두부와 부두의 사이에서, 시치미와 시금치 사이에서 망설이다 엄마 부두 부쳐준다더니 왜 시금치를 떼는 거야 그래도 통했다

중심이 없는 나는 마흔이 넘어서도 좌회전과 우회전을, 가로와 세로를, 성골과 진골을, 콩쥐와 팥쥐를, 덤과 더머를, 델마와 루이스를 헷갈려 한다 짝패들은 죄다 한통속이다

칠순을 넘긴 엄마는 디지털을 돼지털이라 하고 코스닥이 뭐예요?라고 묻는 광고에 사람들이 왜 웃는지 모르신다 웃는 육남매를 향해 그래 봐야 니들이 이 통속에서 나왔다 어쩔래 하시며 늘어진 배를 두드리곤 한다

칠순에 돌아가셨던 외할머니는 이모를 엄니라 부르고 밥상을 물리자마자 밥을 안 준다고 서럽게 우셨다 한밤중에 밭을 매러 가시고 몸통에서 나온 똥을 이통 저통에 숨기곤 하셨다

오독이 문맥에 이르러 정독과 통한다 통독이리라

스마트폰을 들고 서서 전화를 걸 친구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검색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웃는 얼굴과 뒷모습과 술버릇과 어느 날 어느 자리에서 그가 입었던 옷은 모두 지나가는데 그의 이름은 지나가지 않아서 한참을 서 있었다. 치매의 초기 증세라고 신경과 전문의 흉내를 잘 내는 친구가 킥킥거렸다. 이제 나도 ‘통독’을 시작한 것일까? ‘통독’은 이 구멍 난 기억의 주머니 사이로 숭숭 드나드는 바람이 나 대신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닿지 않는 곳으로” “다물지 못한 구멍에서 다문 구멍으로” “바람을 부리고/ 바람을 내보내”(‘바람을 피우다’)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결국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우주의 몸이 하고 있는 거대한 기공(氣功)인 것일까?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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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