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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8강은 ‘작은 거인’ 뒷심 덕

형 못지않은 아우들이 제 몫을 했다. ‘중소기업’ 얘기다. 먹구름 수출 전선을 뚫고 ‘1조 달러’ 금자탑을 쌓는 데는 작은 거인들이 큰 뒷심을 보탰다.

 10일 오전 11시6분, 경기도 과천시의 지식경제부 3층 수출입과 사무실. 수출품 통관을 주시하던 조영태 과장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출 5128억 달러에 수입은 4872억 달러. 지난해에 이어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한 순간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제치고 영국에 이어 ‘무역 8강’ 신화도 확실시됐다.

 반전(反轉) 속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1조 달러 클럽’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은 수출 증가다. 그래야 수출품 원료가 되는 수입이 늘고 전체 무역액도 불어난다.

 올해 전반전은 이런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유럽 재정위기가 몰고 온 세계적 불황 탓이었다. 2월에 ‘반짝 상승’했던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사실상 제자리걸음(0.7% 증가)이었다. 지난해 거둔 ‘두 자릿수 성적표’(23%)에 비하면 크게 초라했다. 윤상흠 지경부 무역정책과장은 “지역·품목을 가리지 않고 악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한국산 제품의 ‘큰손’인 중국 수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엔 15% 늘었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2% 줄었다. 효자 노릇을 하던 대기업의 ‘선박 수출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절정은 7월 수출이었다. 1년 전보다 8%가량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이 전 세계적이란 점이 더 문제였다. 수출은 지구촌 경제가 같이 살아나야 더 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중국·미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의 반 토막 수준(6~8% 대)으로 쪼그라들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모조리 ‘마이너스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후반전은 달랐다. 10월 이후 수출 증가율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11월 수출은 올해 최고치(478억 달러)를 기록하며 4%가량 늘었다.

 ‘역전골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조영태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중견·중소기업들의 선방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지경부는 무역 1조 달러 기여도를 분석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기업 규모별’ 수출 통계를 냈다. 그 결과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들이 상반기 버팀목과 함께 후반기 재도약의 발판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 들어 대기업 수출이 감소하는 동안(-2.4%), 중소·중견기업은 플러스(3.2%) 성적을 내 불황 속 완충재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는 운동장을 누비는 ‘선수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전통적으로 한국엔 ‘수출 13대 품목’이 있다. 반도체·무선통신기기·선박·철강 같은 전통의 강호들이다. 그 틈을 비집고 새로운 기린아들이 등장했다. 의료용 전자기기 같은 전자응용기기와 화장품 등 ‘신(新)효자 품목’의 수출이 올해 20~50%가량 급증한 것이다. 중견·중소 기업이 많이 진출한 분야다.

 말 많았던 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대미 수출은 올해 총 5.8% 증가했다. 한·미 FTA 수혜품으로 꼽히는 자동차부품(15%)·일반기계(21%)는 이보다 높았다. 반면에 원래 무관세 품목이 많아 가격인하 효과가 없었던 전기전자(-19%)의 수출 성적은 악화했다.

 다만 올 들어 11월까지 한국의 누적 수출은 0.8% 줄었다. 1년 농사로 보면 마냥 웃고만 있긴 어렵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내년 수출은 세계경제 부진이 완화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져 연 5.8% 증가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중국 수출 증가세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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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