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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공동정권, 혼란의 추억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마지막 카드로 ‘공동정권’을 내놓았다. 그는 안철수 전 후보와 대선 이후에도 긴밀히 협의하자고 합의했다. 그리고 안철수 세력, 심상정과 진보정의당, 시민사회 그룹이 가세하는 공동정부를 공약했다. 이게 실현되면 1998년 DJP 정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 공동정권이 된다.



 공동정권은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형(畸形)과 혼란의 기록만 남겨놓았다. DJP 정권은 2000년 4월 총선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JP의 자민련은 17석에 그쳤다. 원내 교섭단체에 3석이나 모자란 것이다. DJ는 법을 고쳐 기준을 내리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거세게 막았다. 8개월을 씨름하다 DJ와 JP는 기상천외한 방안을 만들어냈다. ‘의원 꿔주기’를 통해 민주당 배기선·송석찬·송영진 의원이 자민련으로 옮겼다.



 의원 임대는 한국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이어서 뽑아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들이 자민련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변칙에 저항한 이가 현재 국회의장인 강창희 자민련 사무총장이다. 그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며 교섭단체 서명을 거부했다. 결국 그는 제명됐고 DJ는 장재식 의원을 추가로 임대해주었다.



 DJ와 JP는 무리수를 써가며 정권을 유지하려 했으나 이질적인 동거는 결국 파국을 맞았다. JP는 DJ의 친북 참모들에게 불만이 컸는데 특히 임동원을 못마땅해 했다. JP는 국가의 정보책임자가 존재를 요란하게 드러내거나 북한에 대해 당당하지 못해선 안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임 국정원장은 2000년 6월 평양 정상회담 때 김정일 옆에서 두드러지게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01년 8·15 민족통일 대축전 남측 대표단 사건이 터졌다. 강정구 교수를 비롯한 방문단이 김정일과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언행을 보인 것이다. 강 교수는 김일성 생가 방명록에 문제의 글을 남겼고 일부는 평양 기관에서 김일성 장군 노래를 불렀다. 김일성 밀랍 인형을 보고 눈시울을 적신 여성들도 있었다.



 JP는 분노했고 DJ에게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DJ가 거부하자 JP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해임안에 전격적으로 동의했다. DJP 정권은 3년반 만에 쪼개졌다. JP와 자민련은 보수의 자리로 돌아갔고 임대 의원 4인은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DJP 사건은 이질적인 세력이 만든 공동정권의 원초적 갈등을 보여주었다. JP는 자민련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립묘지 방명록에 나는 ‘생잔자(生殘者-살아남은 사람)’라고 썼어. 육사 8기 동기생 1600 명 중 430명이 6·25 때 죽었지. 김일성 밀랍인형 앞에서 눈물 흘린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그들이 뭐라겠는가.”



 안철수는 문 후보와 이념 면에서 차이가 크다. 전폭 지지 선언 이틀 전 안철수는 캠프 국민소통자문단(단장 조용경)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합리적 보수이자 온건 진보다. 단일화 TV토론에서도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토론에서 두 후보는 상당한 거리를 드러냈다. 남북정상회담과 금강산 관광을 놓고 문 후보가 “안 후보 정책은 이명박 정권과 다른 게 없질 않는가”라고 몰아붙일 정도였다.



 문-안 연대와는 또 다르게 문재인-심상정 결합도 문제가 간단치 않다. 진보정의당 강령은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노동자와 시민 참여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합 공동정부’가 탄생하면 진보정의당 깃발 아래 급진 진보세력이 정권 핵심부에 진입할 수도 있다. 이론대로라면 안철수는 이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공동정권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에는 맞지 않는 대표적인 착시(錯視) 개념이다. 정권이란 집권자가 철학과 소신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철학이 다른 사람끼리 권력을 공유할 수는 없다.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를 하면 되지 무슨 ‘시민의 정부’인가. ‘국민의 정부’가 어떻게 쪼개지고 참여정부가 어떻게 파산됐는지 벌써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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