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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무대에 우뚝 섰다 … 모스크바가 박수 쳤다

김지영·이동훈(가운데)이 주인공을 연기한 ‘스파르타쿠스’의 볼쇼이 무대. 공연 뒤 관계자들은 “김지영은 심장을 파고드는 드라마틱한 연기가 일품이다. 이동훈은 점프력이 놀랍다”고 했다. [사진 Damir Yusupov]


불이 꺼지고, 막이 내려졌다. 커튼 콜 차례, 주인공을 연기한 김지영(34)·이동훈(26)이 무대 중앙에 나오자 러시아 관객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국립발레단 김지영·이동훈
‘스파르타쿠스’ 첫 주역 맡아



 아니었다. “짝짝짝-” 박자까지 척척 맞추는 박수가 계속됐고, 한국에서 날아온 커플은 감격에 겨운 듯 다시 인사를 나왔다. 객석에 불이 환하게 켜져도 자리를 뜨지 않는 300여 관객이 무대 가까이 다가가 “브라보!”를 연호했다. 10여분간 이어진 세 차례의 커튼 콜, 세계 발레의 심장부 러시아 모스크바에 한국 발레의 위상을 아로새기는 순간이었다.



 #동양의 바리시니코프



 6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뉴시어터. 10년 전 건립된, 800석 규모의 아담한 극장이었지만 러시아 전통의 은은함이 켜켜이 간직돼 있었다. 이날은 240년 역사의 볼쇼이 발레단 정기공연 ‘스파르타쿠스’가 무대에 오르는 날. 정작 주인공을 차지한 이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동훈 커플이었다. 이른바 게스트 프린시펄(Guest Principal), 초대 받은 주역이었다. 세계 메이저 발레단에 한국 무용수가 커플로 주역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김지영은 노련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경력 덕인지 움직임은 사뿐했다. 비극적인 청초함을 가진 프리기아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반면 주인공 스파르타쿠스를 연기한 이동훈은 긴장했다. 호흡이 거칠었고, 1막 막판 고난도 회전을 할 때엔 마지막 착지에서 살짝 삐끗하기도 했다. 실수가 약이 됐을까. 후반으로 갈수록 점프엔 힘이 실렸다. 검투 장면에선 결기가 서렸고, 안타까운 감정을 품고 포효할 땐 무대를 확실히 장악했다.



 공연 뒤 이동훈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볼쇼이 극장 바실리 보로코프 트레이너는 “동양에서 날아온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영화 ‘백야’에 나온 전설의 발레리노)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발레 ‘스파르타쿠스’는 그 자체로 다이내믹했다. 1968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해 “발레=여성적”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근육질 남성 발레리노의 역동적 군무, 스펙터클한 무대, 비장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 등 러시아 발레만의 강점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장인주 무용칼럼니스트는 “‘백조의 호수’ ‘지젤’ 등과 달리 가장 러시아적인 작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게 각별하다. 달라진 한국 발레의 위상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국 발레의 압축성장



 공연 뒤 둘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일주일 전에 모스크바에 건너와 볼쇼이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김지영은 “가슴이 터질 듯 떨렸지만 무탈하게 끝나 다행”이라 했다. 이동훈은 “텃세는 전혀 없었다. 러시아 단원들이 따뜻이 맞아준 게 안정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둘을 점 찍은 건 익사노프 아나톨리 볼쇼이 극장장이었다. 2년 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난 뒤였다. 그는 “각종 콩쿠르를 석권하는 등 이미 한국 무용수들의 기량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50년 역사에 불과한 한국 발레가 240년 역사의 러시아 발레와 어깨를 겨루는 압축 성장에 경의를 표할 뿐”이라고 전했다.



 일회적 이벤트가 아니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 발레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창작 발레 ‘왕자호동’을 2014년 볼쇼이 극장에서 올리기로 했다. 한류의 거대한 흐름에 발레도 힘을 싣고 있었다.



◆볼쇼이 발레단=1776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창단.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점으로 한 ‘마린스키 발레단’과 쌍두마차를 형성하며 19∼20세기 러시아 발레의 전성기를 주도해왔다. 마린스키가 유려하고 아름다운 예술성이 강점이라면, 볼쇼이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선 굵은 작품으로 새로운 발레 문법을 만들어왔다. 현재 단원은 200여 명이며 배주윤씨가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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