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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재 칼럼] 법원만 개혁 무풍지대인가

8일 저녁 무렵, 기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창에 한 정당의 농정 관련 공약 내용이 떴다. ‘쌀값 인상 17만원을 21만원대로, 사료가격 안정기금 1조원 조성, 농기계 임대법 전면 실시. 새누리당’이란 내용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대선에서 기자가 처음 받아보는 공약 문자메시지였다.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이런저런 공약들을 내놨지만 사실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태반이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이라는 걸 지금까지 선거를 치르면서 알게 됐기 때문이다.

‘표 있는 곳에 공약 나온다’는 말처럼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표를 얻겠다 싶으면 실현성 여부에 관계없이 내지르기 식 공약을 쏟아내곤 했다. 선심성이란 말을 들어도 상관 않는 것 같다. 안 하는 것보다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 것만으로도 득표에 플러스가 된다고 판단했음 직하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선 유독 농정과 관련한 공약은 기억나는 게 없다. 공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관심이 작았을 수도 있으니까.
또 하나가 있다. 법원 관련 공약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득표에 별 도움이 안 되거나, 내걸 만한 공약이 없어서일까.

최근까지 우리 사법부는 온 국민의 핫 이슈였는데 공약이 없다는 게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얼핏 떠오르는 것만 해도 지난해 말 일부 판사의 돌출성 정치 발언을 비롯해 ‘도가니’ ‘부러진 화살’에서 보듯 이상한 재판 진행과 고무줄 양형,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외면한 대법관 인선, 최근에는 막말 판사의 파문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들 입에서 법원 개혁과 관련한 공약이나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후보 단일화 때문에 신경을 못 쓴 건가?

‘죽을 쑨’ 검찰 덕분에 법원이 상대적으로 조용히 대선 시즌을 넘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법원 주변에서는 다사무난(多事無難)이란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시끄러웠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우리 법원이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일까.

초임 판사도 아니고 서울시내 법원의 부장판사라는 사람이 어머니뻘의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막말을 해대는가 하면, 2심 재판부의 재판장은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하극상을 연출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국민을 향해 막말을 하고, 소송 당사자의 하소연에 귀를 닫거나 말을 가로막는 소통 부재, 고무줄 양형, 하극상 등 불신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왜 법원은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는지 알 수가 없다.

엊그제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민의 신뢰가 바로 사법부의 존립 기반이라는 것을 모든 법원 구성원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당한 말이지만 그동안 우리 법원이 국민 신뢰와 거리가 멀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부적절한 법정 언행을 가리는 모니터링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판사 개개인의 양식과 자질이다.

국민이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소송 당사자들의 진술이나 증언을 가로막지 않고 잘 들어주고, 합리적 설명 없이 증거신청을 거부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버려 달라는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기본부터 지켜나가면 된다. 법원에 오래 몸담았다가 변호사로 전업한 사람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법원의 문턱이 높고 권위적인 데 새삼 놀란다고 한다. 충실한 재판, 자상한 재판을 받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냐고 토로한다.

아직 우리 법조계에는 전관예우가 횡행한다. 법원엔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법 부장판사만도 133명이나 된다. 법원이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오늘 검찰에 불어대는 개혁의 칼바람이 언제 법원 쪽으로 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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