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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안쓰러운 솔로대첩

“명랑한 이벤트네.” 처음에는 킬킬킬 혼자 웃다, 이야기가 이렇게 번지는 걸 보니 좀 안쓰럽다. 24일 서울 여의도공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솔로대첩’ 이야기다. 솔로대첩은 크리스마스 이브,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커플들을 보며 눈물을 삼켜야 하는 독신들의 몸부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지난달 초 네티즌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님연시)’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국에서 3만5000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대규모 미팅 행사로 확산했다. 솔로들의 대승을 기원하는 기업 협찬은 풍년이다. ‘님연시’는 같이 이벤트를 하자는 기업 문의 폭주에 비명을 지른다. ‘솔로대첩’이라는 문구를 내건 유사 행사도 봇물이다. 유사 행사와 원제안자의 신경전도 한창이다. 급기야 솔로대첩에 반대한다는 반(反)솔로대첩 단체도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 친구들과 거리를 질주하며 추억이나 만들자는 마음, 구경이나 갈까 싶은 마음, 그걸 보기 싫어하는 마음이 뒤섞여 전국적 현상으로 번졌다. 대체로 이미 알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한다. “그런다고, 안 생겨요.”

3만5000명 중 약 3만4000명이 남성일 것이고 그중 대다수가 중·고등학생일 것이라거나, 하루 놀려고 작정하고 나온 남녀가 만나는 만큼 성추행과 성희롱이 난무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에서만은 아니다. 외모만 보고 짧은 시간에 선택하기 때문에 평범한 남녀들이 불리하다는 말도 잠깐 접어두자. 사고의 가능성은 우려스럽지만, 경찰이 잘 지켜보리라고 믿는다.

그냥, 이유는 딱 하나. 사랑은 사냥과 다르다. 그러니까 목표물을 포착해 잡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때부터 시작이다. 24일 오후 3시 정각, 민첩하게 달리고 달려 경쟁자들을 제치고 손잡은 그 사람이 당신의 최적의 짝일 확률은 정말 낮다. 오전에 로또 맞아 기뻐하다가 오후에는 벼락을 맞을 확률 정도랄까.

왜 그럴까. 손잡은 사람이 운 좋게도 완전 내 스타일이라거나, 참가 의사를 밝힌 연예인 강예빈이라고 치자. 이때부터가 산 넘어 산, 한국 사회 특유의 스펙과 처지 맞추기 곡예가 시작될 것이다. ‘눈맞음’이 사랑, 연애 혹은 결혼으로 진전되기 전 꼭 시험 치듯 맞춰야 하는 나이, 학력, 신분, 경제력, 가족관계 기타 등등… . 물론 재미있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어쨌든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붉은 옷(여성)과 흰 옷(남성)을 맞춰 입은 군중이 서로의 짝을 찾아 뛰는 모습은 아주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토픽 감이다. ‘급속한 근대화를 겪은 한국에선 사랑도 경쟁이고 전쟁이다’ 정도의 사진 설명이 붙을지도 모를 일. 그러니까 해외 언론의 지면을 장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그래서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묻는다면, 좀 미안해진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과 희망으로 이런 날은 경건하게 가족과 함께…”라고 말을 꺼내려다 그냥 삼킨다. 돌이 날아올 것 같다. 어쨌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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