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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개인 공간,널찍한 공유 공간,작지만 커다란 집

1 자륵파브릭 전경. 기존의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공동주거를 지었다.
12월 세밑이면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나눔이 소중해진다. 소유의 시대에서 나눔이라는 것은 가진 것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제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 역사에 오래된 소유권으로서 ‘공동 소유물에 대한 접근권’을 강조한다. 즉 배를 이용해 강을 이동하고, 숲에서 식량을 찾고, 시골길을 걷고, 가까운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공공 광장에서 회합을 갖는 권리 같은 것 말이다. 사유재산형 수직적 자본주의와는 달리 분산형·협업형 자본주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공유(sharing)의 가치가 소유권의 경계를 넘어설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일찍이 오픈소스형의 리눅스 사례나 위키디피아, 구글의 예는 유명하고 최근에 자전거나 자동차를 임대하거나 빌리거나 시간에 따라 구분하는 타임셰어형 공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최명철의 집 이야기 <13> 1인 가구 시대 ‘셰어하우스’

집도 마찬가지다. 개인공간을 갖되 공용공간을 공유하는 ‘셰어 하우스(Share House)’ 같은 새로운 주거 형태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코하우징(co-housing)이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스타일은 사회주의가 발달한 유럽에서 시작됐다. 오스트리아 빈의 서부 도심에 위치한 자륵파브릭(Sargfabrik)은 가장 손꼽히는 사례다. 서민용 시영아파트(Sozialbau)지만 지어서 주는 형식이 아니고 입주자들이 만들어가는 밑에서부터(Bottom-up)의 과정으로 이뤄지는 공유주택이다.

카페·공연장·수영장 갖춘 서민 공동주택
1996년 입주한 첫 번째 단지의 경우에는 입주민들이 7년 동안 건축가와 함께 집의 위치와 형태, 공용공간의 내용, 개별 집들의 모양 및 공동규약까지 토론해 가면서 결정해 나갔다. 통합주거조합(Association for Integrative lifestyle)이라는 입주민단체가 건축주·토지주·운영자·임대자의 다중역할을 수행하면서 30년 동안 장기 저금리로 갚아나가는 방식의 주거복지 정책이다. 시 정부가 ‘서민들도 호화로운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110가구 200여 명의 입주민으로선 과분해 보이는 식당·카페·공연장 및 유치원과 청소년용 클럽, 수영장과 사우나시설, 옥상공원 등 다양한 공유 환경을 제공했다. 특히 본게마인샤프트라는 사회공동체 정책에 따라 모든 연령층에 걸친 입주자 배분으로 소셜믹스(Social Mix)로도 성공해 오토와그너 도시계획상을 수상했다.

1호의 성공에 이어 98년 시작된 2호 미스 자륵파브릭(Miss Sargfabrik)은 좀 더 준비된 형식으로 진행됐다. 40가구 입주를 대상으로 30~50가구의 잠재적 입주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졌다. 처음부터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을 결합하면서 경제적으로 부담 가능한 대안적 주거를 기본 목표로 정하고 건축가와 같이 설계했다. 이들은 우선 각자의 개인적 요구조건을 점검하고 같이 공유할 조건들을 면밀히 설정했다. 또 도심의 비싼 땅값을 고려해 밀도를 높이고 대지면적에 걸맞은 공유공간을 기획해 유지관리의 경제성도 확보했다. 셋째로 20년 이상 각 입주민들 라이프사이클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점검했다. 기본적인 공간단위를 수면(sleeping), 생활(living), 일(working)로 구분해 개인 공간은 작지만 넓은 공유 공간 속에서 입주민들 삶의 질이 확대되는 새로운 주거 유형을 창출했다.

2 자륵파브릭 평면도.3 자륵파브릭의 중정.사진제공 자륵파브릭 www.sargfabrik.at 4 소행주 1호.사진제공 (주)소행주
유럽은 핵가족 시대를 지나 일찍이 가족해체를 경험하고 있다. 대부분 1, 2인 가구 비율이 70%에 이르고, 스웨덴의 경우 1인 가구만 50%에 육박한다. 프랑크 쉬르마허는 저서 『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에서 “공동체를 가장 깊은 내면에서 결속시키는 일은 시장이나 국가가 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게 급선무”라며 가족 해체에 따른 이타심이나 희생, 협동정신의 실종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1, 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여기저기에서 가족 해체의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마포 성미산 마을의 ‘따로 또 같이’ 실험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셰어하우스 실험이 시작됐다. ‘따로 또 같이, 작지만 큰 집’이란 모토로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서 ㈜소행주(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만들기)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형 셰어하우스다. 소행주 1호는 성미산 주민들이 발의해 2~3년간 공론화를 거쳤다. 2009년 설문조사에 응한 주민 60여 명을 대상으로 입주민을 모집해 적극적으로 나선 9가구를 중심으로 땅을 마련해 2010년 착공해 2011년 4월 입주했다. 이어진 소행주 2호는 올해 7월 12가구가 입주했고, 현재 소행주 3호가 8가구를 중심으로 설계와 부지 정지에 들어가고 있다. 94년 ‘우리 어린이집’이라는 공동육아를 중심으로 시작한 성미산 마을공동체는 마을살이에 관련 있는 가게, 밥집들과 두레생협, 동네 극장, 동네 학교, 성미산 지키기 등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바탕 속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투자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는 공간 더하기 공유의 가치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소행주가 지향하는 새로운 주거운동의 슬로건 ‘삶, 쉼, 놀이, 나눔으로의 초대’는 그 실험의 과정이자 결과일 터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 2010~2035’에 따르면 2035년 가구당 인구 수는 2.17명, 1~2인 가구수 68.3%로 예측된다. 이런 추세라면 핵가족 중심의 1가구 1주택, 주택 보급률 100% 이상의 맹목적 주택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소유의 시대를 지나 거주(임대)의 시대로, 핵가족 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사유의 이기적 구조에서 공유의 협업적 구조로 주거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최명철씨는 집과 도시를 연구하는 ‘단우 어반랩(UrbanLab)’을 운영 중이며,‘주거환경특론’을 가르치고 있다.발산지구 MP, 은평 뉴타운 등 도시설계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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