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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선수 2만 vs 92만 … 축구의 힘은 ‘풀뿌리’서 나온다

지난달 1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2부 리그 요코하마 FC와 제프 유나이티드 지바의 1부 승격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승격에 실패한 요코하마 선수들이 홈팀 팬들에게 찾아가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국 축구를 오래 취재한 외국 기자들은 세 가지 사실에 놀란다. 주말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기축구의 뜨거운 열기에 감탄하고, 그런 팀이 전국에 5000여 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러워한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KFA) 등록 선수가 2만4000여 명(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접하고는 의아해한다. 그들은 묻는다. “주말마다 전국의 운동장을 가득 메우는 그 축구선수들은 도대체 누구냐”고.

조기축구도 K-리그다 …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을 찾아서 ① 일본



 한국 축구는 유럽식 디비전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시작하는 프로축구 1, 2부 승강제가 출발점이다. 하지만 3부리그 이하 아마추어까지 아우르는 완성형 승강제의 도입은 여전히 요원하다. 중앙일보는 ‘아시아식 승강제의 참고서’ 일본과 ‘디비전 시스템의 완성형’ 독일의 사례를 현장 취재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의지만 있으면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은 당장도 가능하다’. 특별취재팀



◆한국의 현실-승강제, 도입은 했는데…



 프로축구 K-리그 소속 광주 FC와 상주 상무가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부 리그로 떨어졌다. 한국 프로축구도 드디어 상·하위 리그 간 승강제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내년 프로축구는 1부 14팀, 2부 8팀(예정)이 참가하는 1, 2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프로축구연맹은 1부 최하위권 팀과 2부 최상위권 팀들을 맞바꾸는 승강제를 내년부터 본격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승강제가 정착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몇몇 K-리그 시·도민구단 관계자들은 “언제든 강등되면 곧장 팀을 해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 프로 2부 리그의 탄생과 함께 기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가 각각 3부 리그와 4부 리그로 한 단계씩 위상이 내려간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내셔널리그 전통의 명가 고양 KB국민은행이 올 시즌을 끝으로 전격 해체를 선언한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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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승강제의 범위를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수(KBS 축구 해설위원) 세종대 교수는 “프로축구 승강제의 도입을 계기로 승강 범위를 챌린저스리그까지 확대해 4부 리그 체제의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조기축구회 등 제도권 밖에 있는 클럽들을 끌어안을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승강제와 디비전 시스템을 이웃 일본은 반세기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관건은 ‘승격’이 아닌 ‘지역 밀착’



 일본은 1993년 프로축구 J-리그를 출범시켰고, 프로 2부 리그(J2)와의 승강제는 99년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프로 이하 하부리그의 디비전 시스템과 승강제는 무려 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아마추어 위주의 풀뿌리 축구가 탄탄히 자리 잡은 뒤에야 치밀한 준비를 거쳐 프로축구를 출범시켰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급하게 프로리그부터 먼저 만든 우리나라와 확실히 다르다.



 일본 축구 디비전 시스템은 크게 여섯 단계로 나뉜다. 프로리그인 J1(18팀)과 J2(22팀)가 최상위에 있고, 세미 프로 형식의 실업축구리그(JFL·18팀)가 3부 리그를 이룬다. 지역별 우승팀이 모여 겨루는 전국선수권(32팀)과 9대 권역별 지역리그(128팀)가 각각 4, 5부 리그로 운영되며 그 저변에는 500여 팀이 참가하는 전국 47개 도(道)·부(府)·현(縣) 리그가 있다. 도·부·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지역 내 승강 시스템 까지 디비전으로 인정할 경우 최대 11부 리그까지 확장된다. 일본축구협회 등록 선수는 92만7000여 명(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40배에 이른다.



 이론적으로 일본의 축구클럽은 승격을 거듭할 경우 J1리그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모든 팀이 1부 리그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팀별 사정에 따라 ‘프로 진출(2부 리그 이상)’과 ‘전국리그 진출(3부 리그 이상)’, ‘지역리그 지위 유지(4부 리그 이하)’ 등으로 목표를 달리한다.



 대표적인 예가 선수단 전원이 한인들로 구성된 FC 코리아다. 4부 리그 소속의 도쿄 연고 클럽으로,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JFL 승격 기회를 얻었으나 후쿠시마 유나이티드에 졌다. 3부 리그 승격 실패 직후인 지난달 20일 도쿄에서 만난 성찬호(42) FC 코리아 매니저는 “우리 팀은 남과 북, 조총련과 민단의 구분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로만 이뤄져 있다. 자이니치(在日·재일동포를 일컫는 말)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 온 선수도 두 명이 뛴다”며 “연간 600만 엔(약 79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는 모두 도쿄 인근의 민족계열 회사와 상점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이니치는 일본 법규상 ‘외국인’에 속하기 때문에 FC 코리아는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의 적용을 받는 프로 클럽으로 전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세미 프로인 JFL 진출을 최종 목표로 정한 것”이라며 “전국리그인 JFL에 올라가 일본 각지를 돌며 동포들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꿈이다. 일본의 축구클럽 중에는 우리처럼 특수한 목적 아래 운영하는 팀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목표를 지닌 팀들이 뒤섞여 공존하는데도 일본의 디비전 시스템이 큰 불협화음을 내지 않는 이유는 클럽 운영의 가치 기준이 ‘조속한 승격’이 아니라 ‘지역 밀착’이기 때문이다. 재일 축구칼럼니스트 신무광(40)씨는 “일본에서도 승강제 시행 초기에는 한국처럼 상위 리그에 승격할 권한을 얻고도 포기하는 팀이 많아 문제가 됐다. 하지만 오랜 기간 승격과 강등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각 구단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일본의 클럽들은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보다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얻느냐’에 더욱 집중한다”고 말했다.



 일본 클럽 중에는 하부 리그로 떨어진 뒤 오히려 평균 관중 수가 증가한 사례가 있다. 우라와 레즈, 베갈타 센다이, 가시와 레이솔 등이 대표적이다. 신 대표는 “일본 클럽축구 정책은 확고하다. 축구팬들이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홈 경기를 ‘흥겨운 마을 잔치’로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 또한 클럽이 지역 팬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승강제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라 진단했다.



도쿄=글·사진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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