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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50m 파 송유관에 ‘빨대’ 꽂고, 기름 73억대 빼내

송유관 기름 절도단이 판 땅굴 모습.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쪽 벽에 30㎝ 간격으로 버팀목을 세우고 천장에는 합판을 대 탄광의 갱도처럼 만들었다. 땅굴을 팔 때 나오는 흙을 실어낼 수 있도록 바닥에 폭 50㎝가량의 선로가 깔려 있다. [사진 경북지방경찰청]


주유소를 사들인 뒤 깊이 4m, 길이 50m의 지하 땅굴을 파고 들어가 송유관에서 73억원어치의 기름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김천 아포읍 주유소 일당 13명
3개월 동안 매일 밤 삽·곡괭이질… 국도 밑에 통로 내고 레일 깔아
용접기로 송유관에 4cm 구멍.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땅굴을 파고 대한송유관공사의 송유관에 유압호스를 연결해 휘발유와 경유 400여 만L(시가 73억원)를 훔쳐 판 혐의(특수절도)로 정모(34·대전시 유성구 추목동)씨 등 13명을 붙잡아 이 중 5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입건했다. 또 송유관에 호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 배관 기술자 서모(45)씨 등 10명을 쫓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팔다 남은 휘발유와 경유 20만L를 압수했다.



 경찰조사 결과 유사석유 판매 경험이 있는 정씨는 올 3월 송유관 기름 절도 전과가 있는 노모(37)씨를 우연히 만났다. 이들은 자금, 땅굴 굴착, 기름 판매 등의 팀을 꾸리기로 하고 ‘동업자’를 물색했다. 범행 장소는 송유관과의 거리가 가까운 경북 김천시 아포읍의 G주유소로 잡았다. 마침 이 주유소가 매물로 나와 있어 14억원에 사들였다. 8억원은 기존 금융권 대출을 떠안았고, 6억원은 노씨 등이 사채를 얻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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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굴 파기는 6월 초 시작됐다. 주유소 지하에 있는 깊이 4m의 원통형 유류 저장탱크 바닥에서 50m 떨어진 경부고속도로 옆에 매설된 송유관(지름 60㎝)까지 파는 작업이었다. 정씨 등 굴착팀 5명은 매일 밤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삽과 곡괭이로 갱도를 팠다. 땅굴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쪽에 30㎝ 간격으로 버팀목을 세우고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천장에는 합판을 댔다. 바닥에는 너비 50㎝가량의 레일을 깔아 파낸 흙을 실어냈다.



 이들은 첨단장비도 동원했다. 지하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송유관 쪽으로 파기 위해 레이저 수평계를 이용했고, 산소 공급을 위해 공기정화기도 설치했다. 이들은 작업 기간 중 주유소에 ‘영업중지(내부 수리 중)’란 안내문을 내걸고 안을 볼 수 없도록 펜스를 친 채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등은 땅굴이 완성되자 기술자 서씨로 하여금 송유관에 지름 4㎝의 유압호스를 연결하게 했다.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용접기로 호스를 연결하는 작업은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서씨는 자신만이 보유한 기술이 누출될 것을 우려해 공범은 모두 나가게 한 뒤 혼자 연결 작업을 끝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어 8월 27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휘발유와 경유를 탱크로리에 실은 뒤 서울, 경기도 안성·평택시, 대전 등지의 8개 주유소에 일반 납품 가격보다 L당 150∼200원 싸게 공급했다.



 이들의 절도 행각은 동일 수법 전과자 등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해당 주유소를 덮치는 바람에 발각됐다.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경북 지역 일부 구간에서 송유관 유압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지만 기름이 새는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기름이 유출된 송유관은 울산시 온산읍의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휘발유와 경유 등을 경기도 과천까지 보내는 관로이며 전체 길이는 454㎞다. 경북경찰청 박종화 광역수사대장은 “경북 지역에 송유관과 주유소의 거리가 가까운 곳이 많아 이따금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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