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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천하를 통치해도 주위 다스리기는 어렵다

[일러스트=강일구]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십 수년 전쯤 일이다. 일본에 갔더니 한 우리 유학생이 말하길 “일본에 유학 온 중국 친구들은 다 뻥쟁이”란다. 이유인즉 중국 유학생들치고 자기 아버지가 고관대작이 아니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중국 친구들’ 말이 맞겠구나 하는 걸 나중에 홍콩 근무를 하면서 알게 됐다. 많은 홍콩 상인이 중국에 가 사업을 한다. 돈을 쉽게 벌려면 뒤를 봐주는 중국 관리가 있어야 한다.



 그 관리를 어떻게 잡을까.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중국 관리의 자녀를 해외로 유학시키고, 비용은 홍콩 상인이 부담하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 관리의 자녀는 사실상 ‘인질’이 된다.



 중국 관리의 월급으로 유학 비용을 댈 수는 없다. 2006년 중국 국무원 발표에 따르면 최고 지도자인 국가주석의 월급이 약 3000위안(약 60만원) 정도다. 장학생이 아닌 다음에야 학비 감당을 할 수 없다.



 홍콩 상인이 노린 점은 바로 이것이다. 중국 관리로서는 자녀가 유학하는 동안 홍콩 상인의 이런저런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다. ‘관시(關係)’로 포장되는 부패는 이렇게 시작된다.



 중국에 나체관리(裸體官員)라는 말이 유행한다. 부정부패로 모은 재산을 갖고 가족과 함께 발가벗고 튀는 관리를 가리킨다. 지난해 중국인민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 약 1만8000명의 나체관리가 탄생했다.



 이들이 해외로 들고 나간 돈은 8000억 위안.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 가까이 된다. 나체관리의 해외 도피는 보통 삼부곡(三部曲)을 거친다. 첫 단계는 해외 시찰이다. 공무를 이용해 해외 출장을 나가서는 어디가 살기 좋은지 살핀다.



 두 번째는 가족 이주다. 먼저 자녀를 유학 보내고, 부인은 아이를 돌본다는 핑계로 내보낸다. 그리고 그곳 영주권을 따게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재산 빼돌리기. 해외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적게 챙긴 이는 동남아로, 많이 먹은 이는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으로 튄다.



 자고로 탐관오리가 문제다. 중국엔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매관매직 풍조가 아직도 남아 있다. 2003년 톈펑산(田鳳山) 국토자원부 부장이 부패 문제로 해임됐다. 혐의 중엔 수백 개의 관직을 판 부정도 포함됐다.



 지난해 광둥(廣東)성 우칸(烏坎)촌 시위 때 주민들에게서 나온 말은 우칸촌이 속한 둥하이(東海)진의 당 서기 자리(과장급)가 200만 위안에 거래된다는 것이었다.



 매관매직의 역사는 후한(後漢)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185년 낙양(洛陽)의 황궁에 큰 불이 났다. 궁을 다시 지으려니 돈이 필요했다. 환관이 꾀를 냈다. 임지로 떠나는 관리에게 돈을 받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현지에서 뒷돈을 챙길 테니 그 일부를 미리 거두자는 계산이었다. 매관매직의 시작이다.



 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은 부패를 뿌리째 뽑고자 했다. 탐관오리는 모두 죽이겠노라고 했다. 그런 그도 “아침에 하나를 죽이니, 저녁에 또 생기는구나”라는 탄식을 그치지 못했다.



 중화인민공화국도 틈만 나면 부패 척결을 외친다. 지난달 열린 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도 국가도 망한다(亡黨亡國)’고 경고했다.



 새로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5세대 지도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지난달 말 중국청년보는 중국 네티즌의 77.8%가 새 지도부의 반부패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시진핑의 반부패 해법은 무얼까. 답은 왕치산(王岐山)에 있다. 시진핑은 당 내 비리 적발기구인 당 중앙 기율검사위 서기로 왕을 선택했다. 고집 센 왕은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다. 실력이 있으면 무리를 짓지 않는 법이다.



 왕은 강골 총리였던 ‘주룽지(朱鎔基)의 문하생’으로 불린다. 주룽지는 “100개의 관(棺)을 준비하라. 그중 하나는 내 것”이라며 부패와의 일전을 불사했던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원한을 많이 사 암살 고비만 몇 차례 넘겼다. 그런 무자비하고 화끈한 일처리 스타일을 왕이 쏙 빼닮았다.



 후진타오도 집권 첫해인 2003년 한 해 동안 13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부패 혐의로 단죄했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독불장군 왕이 뱀에 물린 팔을 잘라내는 장사단완(壯士斷腕)의 각오로 사정 정국을 연출할 것은 뻔하다.



 보시라이(薄熙來) 스캔들로 추락한 민심을 다잡고 갓 출범한 시진핑 체제의 권위 확립을 위해 집권 초기의 대대적 정풍(整風)운동은 필수적이다.



 그런 시진핑 앞에 높인 첫 번째 과제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가의 축재 의혹이다. 미국 언론이 파헤친 걸 중국 당국이 조사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시진핑과 왕치산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의 비서였던 톈자잉(田家英)은 “천하를 통치할 수 있었으나 주위 사람을 다스릴 수는 없었다”며 부인 장칭(江靑)을 어쩌지 못한 마오 신세를 개탄한 바 있다.



 중국의 사정 정국이 강 건너 불만은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중국과 문화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게 우리다. ‘관시’ 찾아나섰다가 자칫 부패에 연루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사정의 칼날은 외국인이라고 해서 결코 무디게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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