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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내가 하면 새 정치 남이 하면 헌 정치 이게 안철수 생각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대만 원자력의 아버지’로 불렸던 쑨관한(孫觀漢) 박사는 생전에 ‘반흑반백구(半黑半白球)’의 비유를 즐겨 인용했다고 합니다. 여기 절반은 희고, 절반은 검은 공이 있습니다. “이 공이 무슨 색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할까요. 흰 쪽을 본 사람은 흰 공이라 대답할 것이고, 검은 쪽을 본 사람은 검은 공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요. 둘 다 틀린 대답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옳은 대답도 아닙니다. 제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한 데 문제가 있습니다.



 나이 쉰이 넘어서도 나만 옳다고 박박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경험이 쌓인다는 뜻이고, 내가 보는 게 세상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밑에서 보면 밑만 보이고, 옆에서 보면 옆만 보입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줄 아는 균형 잡힌 사고를 통해 사람이나 사물,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 그것이 연륜의 지혜 아닐까요. 등산을 할 때 높이 올라갈수록 멀리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매사에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절대적으로 틀렸다는 말을 함부로 못하겠습니다. 전에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비판할 궁리부터 했지만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틀릴 수도 있겠다’며 한 발짝 물러섭니다. 부딪치고 싸우기보다는 대립을 피하거나 타협점을 찾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이걸 두고 나이가 들면 점점 비겁해지는 것이라고 비난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싸움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습니다. 요즘 제 부부관계를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캠프 해단식을 하면서 현재의 대선 국면을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구태정치라고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 진영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은 권력을 놓고 벌이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입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나를 내세우는 포지티브 전략도 중요하지만 왜 상대가 되면 안 되는지에 초점을 맞춘 네거티브 공세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넘어선 안 될 선은 물론 있습니다. 최근 끝난 미 대선 캠페인 광고의 90%가 네거티브 광고였습니다. 미국 정치가 옳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은 현실로 인정하자는 얘기입니다. 박·문 두 후보 진영의 싸움을 모두 구태정치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치쇄신은 물론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하면 새 정치고, 남이 하면 헌 정치라고 우기는 것은 공의 한 쪽만을 보고 세상을 판단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순수한 열정과 젊은 기개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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