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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2007 마이더스의 손 2012 마이너스의 손



‘헤지펀드 제왕’ 존 폴슨



‘봄날은 간다’. 요즘 존 폴슨(왼쪽 사진)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이 처한 심경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낳은 헤지펀드 업계의 최고 스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 붕괴를 예견하고 가격 하락에 베팅해 2008년에만 200억 달러(약 22조원) 수익을 고객에게 안겨줬다. 2010년에는 헤지펀드 업계 사상 최대인 5억 달러(약 5400억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최근 운용 성적은 명성에 맞지 않게 참담하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그의 대표 펀드인 ‘폴슨 어드밴티지 플러스 펀드’는 -1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HSBC가 집계한 ‘최악의 헤지펀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펀드인 ‘폴슨 어드밴티지 펀드’는 수익률이 -13%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는 12% 넘게 올랐다. 펀드 설립 17년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각각 -52%, -36%)보다는 낫다는 게 위안이다.



 4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2008년, 전 세계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신음했다. 당시 어드밴티지플러스펀드는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에 베팅해 38%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S&P500지수는 38.5% 떨어졌다. 또 다른 대표펀드인 ‘폴슨 크레디트 오퍼튜니티즈 펀드’의 성과는 폴슨 회장에게 ‘헤지펀드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선사했다. 그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공매도해 59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폴슨 회장의 운이 다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가 베팅할 때마다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는 “미국의 경제 침체기간은 평균 11개월이었다”며 지난해 미국 경제 회복에 강하게 베팅했다. 경기회복 수혜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 등 은행주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당하는 등 지난해 미국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펀드 수익률도 급락했다. 지난해 말 그가 은행주를 팔아치운 뒤로는 ‘은행주 랠리’가 펼쳐졌다. 올 들어 BoA 주가는 70% 넘게 급등했다.



 부진한 성과에 기관투자가는 발을 빼기 시작했다. 씨티그룹의 자산운용 자회사인 씨티프라이빗뱅크는 8월 폴슨 회장의 펀드에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약 4억1000만 달러 환매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투자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고객 자산을 그의 펀드에 넣어 운용하고 있는 모건스탠리도 환매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360억 달러였던 폴슨 회장이 운용하는 자산은 8월 말엔 195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수익률 부진에 대한 책임론이 나왔을 때 폴슨 회장은 투자자에게 사과하면서 “2011년은 이례적인 해였다”고 안심시켰다. 그는 일부 펀드의 경우 수익을 못 내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또 격주 단위로 투자회의를 하는 등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



 그럼에도 수익률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펀드 실적이 2년 연속 바닥권에 머무르는 건 ‘이례적’이 아니라 그의 투자전략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사태로 촉발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금융시장 지형을 바꿨다. 이렇게 바뀐 세상을 사람들은 ‘뉴 노멀’이라고 부른다.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규제 강화, 미국 경제 역할 축소 등이 세계 경제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뉴 노멀이다. 실제로 올 들어 10월 말까지 40%의 수익률을 기록한 ‘BTG 팩추얼 디스트레스드 모기지 펀드’는 폴슨 회장이 금융위기 때 큰돈을 벌었던 주택담보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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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아버지’ 짐 오닐



“브릭스(BRICs)의 기적은 끝났다.”



 미국의 민간 경제연구소 ‘콘퍼런스 보드’는 지난달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신흥국 경제 성장세가 2008년 위기 이전 같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연구소의 보고서는 서구 금융시장에 남은 브릭스에 대한 미련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브릭스 경제 상승세가 꺾이며 브릭스의 ‘아버지’인 짐 오닐(오른쪽 사진) 골드먼삭스자산운용 회장의 화려한 시절도 저물고 있다. 브릭스는 2001년 짐 오닐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떠오르는 신흥국을 대변하기 위해 고안해 낸 조어다. 이는 10년간 세계 최대 투자 테마로 자리잡았다. 오닐의 골드먼삭스는 물론 템플턴 등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브릭스 펀드를 만들었고 많은 돈이 몰렸다.



 오닐의 말대로 처음엔 브릭스 4개국의 성장 속도가 빨랐다. 10년간 브릭스 4개국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4배 늘었다. 2001년부터 금융위기 전인 2007년까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브릭스 지수는 50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이후 5년간 이 지수는 약 9%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9월까지 중국의 성장률은 마지노선이라는 8% 밑인 7.7%를 기록했다. 브라질 경제도 부진하다. 원유 등을 주로 수출하는 러시아는 높은 유가 덕에 간신히 버티는 형국이다.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반드시 투자가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MSCI지수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은 지난 20년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중국 증시 투자자는 10% 넘게 손실을 입었다.



 브릭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브릭스 펀드 규모는 올 9월 기준 120억 유로로, 가장 많았던 2007년의 반토막이 됐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영국 자산운용사 F&C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발언을 인용해 “브릭스는 이미 한물간 투자전략”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먼삭스가 운용하는 브릭스 펀드 수익률도 나빠 짐 오닐의 명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골드먼삭스 브릭스 펀드(한국 재간접 펀드 기준)는 최근 9개월간 7.35%의 손실을 입었다.



 경제연구소 콘퍼런스 보드는 브릭스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연구소는 내년 중국 성장률은 6.9%로 떨어지고, 2019~2025년에는 3.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는 올해 5.5%, 2018년에는 4.7%, 2025년 3.9%로 성장세가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짐 오닐과 골드먼삭스는 여러 차례 브릭스의 후속 상품을 내놓았다. ‘미스트’나 ‘넥스트 11’ 등이다. 미스트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 등 4개국을 말한다. 넥스트 11은 이 4개국에 나이지리아 등을 덧붙인 것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11개 나라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조어는 브릭스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요즘 ‘포스트 브릭스’로 뜨는 것은 ‘캐시(CASSH)’다. 캐나다·호주·싱가포르·스위스·홍콩 등 5개국이 투자 매력이 높다는 것. CNN머니는 3일(현지시간) 블랙록의 수석 투자전략가의 발언을 인용해 이를 유망 투자처로 소개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강한 경제 기초체력을 회복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고, 그에 반해 주가는 싼 편이라는 게 블랙록의 주장이다. 금융시장은 브릭스 이후의 투자 테마를, 짐 오닐 이후의 스타를 계속 찾고 있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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