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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때 거덜 난 곳간 … ‘증세’ 설득한 브라운이 재건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지난 9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재정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LA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가 ‘풍요의 땅’으로 부활하면서 미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황금의 주(Golden state)’란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주정부 재정은 만성적인 적자로 파탄지경에 이르렀던 게 캘리포니아였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규모로 한국의 2배에 달하지만, 쇠락하는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했다. 2001년에는 낡은 전력 인프라 때문에 곳곳에서 블랙아웃(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재정 정상화 길 열어 … 미국 경제 회복 견인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캘리포니아 경제가 확 달라져 과거의 영화를 되찾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원동력은 늘어나는 일자리와 재정 개혁이었다. 미국 경제가 계속 높은 실업에 시달리고 있지만 캘리포니아는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 창업이 다시 왕성해지면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슈워제네거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재정 정상화의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비결은 3500만 캘리포니아 주민의 고통 분담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달 6일 ‘주민발의 30호’를 주민투표에 부쳐 54%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과반수 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이로써 캘리포니아판 ‘재정절벽(fiscal cliff·지출 삭감에 따른 경제 위축)’ 위기를 피하게 됐다. 애당초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극심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연간 60억 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 지출을 삭감하는 방안을 마련했었다. 이 방안은 학교 운영과 복지 분야에 직격탄을 날리도록 돼 있었다. 교사 5만5000명을 정리해고하고 초·중·고 학교수업 일수도 연 17일 줄일 예정이었다. 또 복지 분야에서는 저소득층과 노인 의료지원 혜택에서 치과를 제외하고 보험 적용 의약품을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주정부는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시절부터 주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범죄자를 조기에 출소시키는 등 온갖 비상 수단을 취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슈워제네거는 2009년 사실상 주정부 재정의 파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 여파로 공화당 소속 슈워제네거는 2010년 말 선거에서 패배해 민주당 제리 브라운에게 주지사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브라운 주지사는 증세안을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캘리포니아에선 증세안이 오랜 금기였다. 1970년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재산세가 급등하자 극심한 조세저항이 일어났고, 78년 ‘주민발의 13호’를 통해 세율 인상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브라운 주지사는 TV 광고에 나와 “학교를 지키고, 공공 복지를 유지하자”며 주민들에게 증세의 필요성과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부유층에 대해서는 연간 소득 25만 달러 개인 또는 50만 달러 이상 소득 가구에 대해 소득세를 1%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납세자의 1%에 해당한다. 이른바 ‘부유세’ 부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달러당 0.25센트의 소비세를 추가로 물리는 방안도 병행했다. 소비세는 모든 주민에게 해당되므로 서민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공화당이 크게 반발했지만 결과는 민주당 측의 승리였다. 증세를 통해 재정이 개선되자 주정부는 올해 예정된 60억 달러의 지출 삭감을 취소했다. 소비세와 소득세 수입 증가로 주정부 재정은 2014년부터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추가 세입은 매년 60억 달러 규모다. 증세는 재정이 정상화되면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일단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캘리포니아의 증세 실험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들의 캘리포니아 엑소더스(탈출)가 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캘리포니아가 오바마 집권 2기 미국의 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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