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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공무원은 힘이 세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기업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련 부처 공무원에게 쩔쩔 맨다. 관의 힘이 세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기업 오너들이 곤두세우는 촉각은 보통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무원들이 어떤 논리를 세워 어떤 정책을 만드느냐에 따라 사업은 영향을 받는다. 작은 정책 하나만 바꿔도 현장은 달라진다. 여기 일상과 아주 가까운 사례가 있다. 올해 내내 말도 많았던 ‘빵집’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4월부터 프랜차이즈 빵집을 새로 낼 때에는 인근의 같은 가맹점으로부터 5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기존 점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인근에 가게를 또 내주는 바람에 타격이 크다는 기존 가맹점주들의 하소연을 듣고 만든 대책이었다. 충분히 일리 있는 결정이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보니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 빵집을 내려는 사람에겐 이것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500m 규칙에 걸려 새 가맹점을 내기 어렵게 되자 기존 가게의 권리금이 오른 것이다. 진입장벽은 자유로운 경쟁을 막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적된다. 다른 문제점도 엿보인다. 이 조치가 결과적으로 1등 기업을 누르는 대신 2등은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빵집 체인 1위는 삼립과 샤니가 모체가 된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다. 전국 가맹점이 3100개에 육박한다. 2위는 CJ그룹의 뚜레쥬르로 1300개가 채 안 된다. 이번 규제로 1등 기업의 확장세는 억제되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게를 하고 싶은 사람이 새 점포 오픈이 쉽지 않자 뚜레쥬르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치로도 입증된다. 올 1~4월 파리바게뜨 신규 점포가 40개로 뚜레쥬르의 36개를 앞섰지만 5~10월엔 뚜레쥬르가 72개로 파리바게뜨의 30개를 압도했다. 공정위 규제가 결과적으로 대기업인 CJ그룹을 도와주게 된 것이다.



 공정위 규제는 500m 안에 같은 브랜드 빵집이 들어서는 것만 제한한다. 다른 체인 빵집은 바로 옆에 개업해도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경쟁을 막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위 규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기존 빵집 주인의 이익이 특별히 보호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규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개별 규제의 필요성은 있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별 이득도 없이 새로운 규제만 하나 더 생긴 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적용했던 신설 점포 거리 규제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5월엔 피자와 치킨, 11월엔 커피전문점에 유사한 규제를 도입했다. 조만간 편의점에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무원의 힘은 규제에서 나온다. 그들이 규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규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기업에 하고 싶은 쓴소리는 정부 규제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1등의 과욕이 500m 규제를 불러들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율규제란 정말 기대하기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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