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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22억원 ‘먹튀’ 막으려 두 번 나눠 줘

소말리아 해적에게 억류됐다 풀려난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호의 선원 석방 과정은 군사작전처럼 긴박했다. 지난해 11월 30일 해적들이 돈만 챙기고 인질들은 풀어주지 않았던 전례가 있었기에 외교 당국과 군은 더욱 신중하게 시나리오를 짰다고 한다.



선원과 20㎞ 거리에 돈가방 투하
비용은 싱가포르 선주가 마련해

 지난 10월부터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에서 우리 선박 보호임무를 수행하던 청해부대 강감찬함에 출동 대기 지시가 떨어진 건 지난달 중순. 하지만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으면서 강감찬함은 지난달 26일에야 소말리아로 출항했다. 당초보다 일주일가량 늦어진 것이다.



 싱가포르 선주와 해적들은 인질을 석방키로 약속한 1일 돈과 인질을 교환하는 방법을 놓고 마지막까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선주 측이 미 달러화 지폐로 마련한 몸값을 경비행기로 해적들에게 두 차례에 나눠 투하했다. 외교 당국자는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의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선주는 이날 선원 석방을 조건으로 해적들에게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액수는 선사인 싱가포르 회사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전달했던 액수(450만 달러)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초 우리 선원들은 해안에서 해적들이 내준 보트를 타고 인근에 대기 중이던 케냐 선적의 구조선으로 옮겨 탄 뒤 30여㎞ 떨어진 해상에서 대기 중인 강감찬함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었다. 외교 당국자는 “지난해 실패를 참고로 선원의 안전한 신병 확보에 최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몸값 전달과 선원들의 해안 이동까지는 순조로웠다. 두 차례에 나눠 경비행기로 해적 본거지에 돈가방을 투하했다. 선원들이 억류돼 있던 해안에서 20여㎞ 떨어진 곳이 몸값 투하지점이었다. 해적들도 몸값을 확인한 뒤 두 차례에 나눠 억류됐던 선원을 해안에 풀어줬다. 해적들은 소말리아의 다른 무장세력에게 우리 선원들이 재차 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선원들을 해안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해적들은 해안에서 우리 선원들을 풀어줬지만 비바람과 높은 파도로 선원들은 보트에 오르지 못했다. 제미니호 1등항해사 이건일씨는 부인과의 통화에서 “석방됐지만 보트가 바람에 떠내려가 몇 차례나 바다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또다시 찾아온 위기상황에서 김기노(대령) 강감찬함 함장은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에 링스 헬기를 이용하겠다고 보고했고, 해작사가 이를 허가했다. 최근 유엔이 해적 퇴치를 위해 소말리아 영해나 영공에서 작전이 가능토록 결의안을 채택한 데 따라서다. 링스 헬기는 다른 무장세력의 개입에 대비해 중기관총 등 무장상태로 발진했다. 해안가에 접근한 링스 헬기는 인명구조용 바구니로 선원을 한 명씩 끌어올린 뒤 강감찬함으로 귀환했다. 582일간의 억류 생활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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