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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파워리더⑭ 김영기 휴롬 회장

김영기 휴롬 회장이 경남 김해 휴롬 본사에서 신제품 원액기를 소개하고 있다. 공학도 출신인 김 회장은 요즘도 업무시간의 80%를 제품 개발에 쏟는다. [김해=송봉근 기자]
약 40년 전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청년은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1974년 고향 김해에 전자부품 제조업체를 차렸다.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와 국산 TV를 만들던 초기였다. 전자부품 국산화 비율을 높이려는 정부 시책에 힘입어 대기업에 TV 부품을 납품하며 회사를 키웠다.



맷돌처럼 짜내는 원액기 개발, 3년 만에 매출 10배로

 그 길로 커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공들여 부품을 개발하면 ‘제조 이원화’라며 경쟁사에도 부품을 생산하게 했고, 생산성을 높이면 납품 단가를 깎는 일이 흔했다. 결국 5년 만에 주방가전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독자 브랜드를 가진 완제품을 내놓아야 제조업체로서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원액기 제조업체 휴롬의 김영기(63) 회장 이야기다.



 약초를 찧고 즙을 짜 마시는 동양적인 기능을 기계화하면 서구 기업이 주류인 가전업계에서 새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녹즙기를 개발했다. 10년간 연구 끝에 93년 ‘오스카’라는 이름으로 녹즙기를 출시했다. 하필 이때 다른 회사에서 내놓은 녹즙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면서 ‘녹즙기 유해 파동’이 터졌다. 시장은 싸늘히 식었다.



 연구실에 틀어박힌 김 회장은 국수를 뽑고 양념을 만드는 기능을 넣은 ‘만능 녹즙기’를 만들었다. 잘 팔린다 싶더니 유사 제품이 쏟아졌다. 특허를 앞세워 소송으로 대응했다. 피소된 회사들이 헐값에 물건을 처분하면서 시장이 혼란해졌다. 김 회장은 “특허로 상대방을 죽이고 나 혼자 살겠다고 생각하니 결국 다 죽더라”면서 “제품을 베끼는 회사보다 한발 앞선 기술로 차별화하는 게 진정 승리하는 방법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시 연구실로 돌아간 김 회장은 녹즙기 핵심 부품인 스크루를 맷돌처럼 돌려 짜내는 원액기를 개발했다. 칼날이 고속으로 돌면서 재료를 잘게 다지는 방식의 믹서·주서기는 공기와 접촉이 많아 주스 맛이 빨리 변했다. 수천 번 실험 끝에 주스가 잘 짜지면서 산화가 덜 되는 적절한 스크루 길이를 찾아냈다.



 웰빙 바람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출시 이듬해인 2009년 300억원 매출이 올해 3000억원으로 열 배가 됐다. 프랑스 주방 브랜드 테팔로부터 기술을 팔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제조업체는 스스로 완성품을 만들어야 영속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내년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일본 샤프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이 나온다. 최근에는 주스 카페 프랜차이즈 ‘휴롬팜’을 서울과 경기도 분당에 냈다. 내년에 중국 상하이에 해외 1호점을 만든다. 직원 292명 중 연구인력이 40명이고, 순이익의 20%를 연구개발비로 쓴다.



 김 회장은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심사를 서류로만 하지 말고 현장에 가 제품과 기술력을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자금에 쪼들리며 원액기를 개발하던 때입니다. 알던 은행 지점장이 우연히 제품개발실에 찾아와 휴롬 주스를 맛본 뒤 재무구조가 ‘빵점’이었던 우리에게 신용으로 4억원을 대출해줬습니다. 그 돈이 아니었으면 지금 휴롬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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