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허시명의 ‘힐링으로 풀어보는 약술 기행’ ⑧ 경상남도 술

좋은 단감 아이스 와인을 만들려면 가지에서 단감을 얼려야 한다.


경상남도는 서울에서 멀어 중앙의 간섭을 덜 받은 흔적이 술에서 엿보인다. 잘 알려진 술로는 고령 스무주, 밀양 방문주, 함양 솔송주, 합천 고가송주가 있다. 특히 경남은 기후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아 농산물이 풍부하다. 어디든 농산물이 풍부한 곳은 술 담글 재료도 많아지는 법이다. 단감·매실·유자·참다래가 대표적이다. 경상남도 해안가의 온난한 기운을 듬뿍 받은 특색 있는 과실주의 맛이 일품이다.

칼륨·비타민A 풍부한 단감으로 ‘아이스와인’ 만들다



얼면서 당도 높아지는 원리로 빚은 단감와인



오름주가의 기차터널을 활용한 와인겔러리, 와인숙성창고를 겸하고 있다.
세상사가 그렇듯 술 중에도 좀 엉뚱하고 뜻밖의 상황에서 태어나는 술이 있다. 경남의 특산물인 단감으로 만든 단감아이스와인이 그렇다. 단감와인을 맛보기 위해 경남 김해시 진영에 있는 단감연구소를 찾아갔다. 단감나무의 잎이 다 떨어졌는데도 단감이 매달려 있었다.



 단감아이스와인이 개발된 것은 2007년이다. 그해 단감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단감 단지를 조성하고 재배에 정성을 기울였다. 농산물의 미국 수출은 까다로워 농약 검열을 통과해야 하고 당도도 높아야 한다. 단감은 10월 말이면 수확하는데, 수출용 단감의 당도를 높이려고 1주일쯤 수확일을 늦춰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추워지면서 단감이 동해를 입었다. 수출이 중단되고, 농가도 큰 손실을 입었다. 동해를 입은 감의 수확량만 50t이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경남 단감연구소와 양조장 맑은내일, 창원시가 손잡고 단감와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단감은 얼면서 당도가 높아졌고, 당을 적게 첨가하고도 술을 빚을 수 있었다. 2011년 단감연구소에서는 농가들에 단감와인 빚는 기술을 무상 이전했다. 현재는 창원의 맑은내일·좋은예감·가화농원에서 단감와인을 빚고 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람은 감나무 밑에 뉘어놓으라는 말이 있다. 감이 숙취 해소와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단감에는 비타민 A와 C, 그리고 칼륨이 들어 있고 식이섬유와 타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단감 속에 들어 있는 칼륨은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과 연관이 있는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 C와 타닌은 항산화작용을 한다.



 맑은내일에서 만든 단감아이스와인은 알코올 10%의 와인인데, 붉은빛이 돌면서 단맛과 떫은맛·신맛이 어우러져 맛이 풍부하다. 뒷맛은 매운맛도 섞여 있고 향기도 돌아 묘한 여운이 남는다.



 경상남도에는 단감 외에도 참다래·유자·매실로 빚은 특이한 술이 있다. 경남 해안의 1월 평균기온이 2.3℃로 온난해 재배가 안전한 품종들이다. 매실주는 소주회사 무학에서 만드는 매실마을이 있고, 유자주는 남해 유자주, 참다래는 사천의 오름주가 와인이 있다. 경남 사천의 오름주가에서는 진양호가에 기차터널을 활용해 참다래 와인을 숙성시키면서 와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과 관광지를 와인과 결합시킨 멋진 공간, 술이 지역 문화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누룩이 들어가 발효된 솔송주



경상도 유림을 상징하는 말로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있다. 큰 선비를 배출했던 동네로 서울에서 보았을 때 낙동강 왼편에 안동, 오른편에 함양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우함양을 대표하는 곳은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이다. 지금도 한옥이 즐비한데 이 마을에는 동방 5현으로 꼽히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 있다. 그 고택 맞은편에 명가원이라는 솔송주 문화관이 있다.



 솔송주는 일두 선생 집안에 전해오는 가양주다. 등지느러미가 날카로운 쏘가리 문양이 새겨진 철화분청사기에 12년 숙성된 증류주 솔송주가 담겨 있다. 쏘가리의 한자 이름은 궐어인데, 궁궐에 들어가 임금을 가까이 모시고 싶었던 선비들의 열망을 대변했던 물고기다. 그 솔송주의 가격이 180만원이다. 한국 전통주 중 최고가 가격이 매겨진 명품이다.



 솔송주는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귀한 과객들에게 내놓았던 우함양의 자존심이 담긴 술이다. 토종찹쌀과 솔잎·송순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알코올 13% 술이 솔송주다. 이를 증류해 알코올 40%가 된 술이 담솔이다.



 솔송주를 증류한 담솔은 송진향이 은은하게 돈다. 술 맛이 꼿꼿하고 강렬한 게 솔잎차를 단단하게 응축시켜 놓은 듯하다. 뒷맛은 가볍고 활달해 가슴에 응어리진 기운마저 풀어 헤쳐줄 듯하다.  



글=허시명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우리 술 교육 훈련기관 ‘막걸리 학교’ 교장, 『막걸리, 넌 누구냐?』 『술의 여행』저자)



경상남도 술의 종류



■ 남해 유자주 남해의 유자만으로 만든 알코올 15% 약주다. 밑술에서 유자즙이 물의 20%가 들어가고, 덧술에서 생유자가 들어간다. 유자는 피부노화 방지와 피로회복에 좋다.



■ 통도 참송엽주 쌀과 신선초와 참솔잎을 원료 빚는 약주. 신선초에서 식물성 게르마늄 성분이, 솔잎에서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 화개장터 막걸리 지리산 맑은 물을 빚은 술이다. 단맛이 적고, 누룩향이 강한 편이면서 묵직한 편이다. 화개 야생차가 들어간 슬로푸드 막걸리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