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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도대체 뭘 더 건져야 믿겠는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두 동강 나면서 침몰했다. 나는 북한을 의심했다. 10일 후인 4월 5일 ‘5.4㎝ 그물눈과 국가의 진로’라는 칼럼을 썼다. 침몰 모양새, 북한 잠수정의 능력, 북한의 도발 목적을 고려할 때 어뢰가 가능성 1위라고 했다. 나는 쌍끌이 수색을 촉구했다.



 “바다가 평원이라면 파편은 풀 한 포기다. 기뢰탐지함이나 잠수대원이 갯벌 속에서 파편을 찾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 쌍끌이 저인망 어선이 바다 밑을 훑어야 한다. 그물 수백 개가 찢어지더라도 훑고 또 훑어야 한다. 그물눈의 크기는 54㎜라고 한다. 그 5.4㎝에 대한민국의 진로가 걸려 있다.”



 정확히 40일 후 기적이 일어났다. 대평호가 북한 어뢰 프로펠러를 건진 것이다. 기적은 인간과 하늘의 합작이다. 하늘이 인간 노력에 감읍해 천운을 허락하는 것이다. 처음에 투입된 인천 어선들이 모두 실패했다. 낙담한 해군에 공군이 부산 선적 대평호를 추천했다. 대평호는 동해와 서해에서 추락 전투기 잔해를 건져올린 ‘전과(戰果)’가 있었다. 김남식 선장은 나에게 처절했던 작업을 회고했다.



 “수색 대상이 가로 500m, 세로 500m였습니다. 넓은 데다 바닥은 돌 투성이고 조류는 빨랐습니다. 아주 어려운 작업이었죠. 그물을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찢어지면 선원들이 새벽 1~2시까지 고쳤습니다. 나중엔 2중 특수그물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5월 15일 어뢰 프로펠러가 올라왔어요. 군인과 선원 모두 제 정신이 아니었죠.”



 당시 백령도 바다는 기적과 비극의 교차점이었다. 한쪽에선 어뢰를 찾아냈지만 한쪽에선 해군 UDT 한주호 준위가 죽었다. 바다 밑 후배 수병들을 찾으러 잠수하다 탈진한 것이다. 대평호 이전엔 수색에 나섰던 금양호가 침몰해 선원 9명이 죽기도 했다.



 최전방에선 병사와 선원이 합심해 이렇게 사투를 벌였다. 그런데 수도 서울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1 야당 민주당은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뢰 소행’은 미국·영국·호주·스웨덴 전문가가 참여한 국제조사단에서 판정한 것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정부와 의회가 인정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북한의 천안함 도발을 규탄하는 국회결의안에 반대했다. 사건 이후 오랫동안 민주당은 북한 소행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터졌다. 지난달 23일 한반도평화포럼이 차기 정부에서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제기한 합리적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인정한 조사 결과를 그들은 “부실하다”고 매도했다.



 포럼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대북 정책을 집행·연구한 고위 인사와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대표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야권원로회의를 주도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다. 23일 창립 기념식에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정세현·정동영·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참석했다.



 같은 하늘 아래 두 종류 국민이 있다. 어떤 국민은 “위험해서 후배에게 맡길 수 없다”며 어두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목숨을 바쳤다. 어떤 국민들은 “우리가 건져야 한다”며 그물을 던지고 또 던졌다. 진실의 증거를 찾기 위해 거친 바다와 싸웠다.



 그런데 어떤 국민들은 죽을 힘을 다해 진실을 거부한다. 그들은 처음엔 “어뢰라니 증거가 있느냐”고 따졌다. 어뢰를 건져올리자 “북한 거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했다. 북한 글씨와 카탈로그가 있는데도 안 믿는다. 야당 추천 조사위원은 조사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충돌·좌초’ 주장을 한다. 어뢰가 나왔는데도 이 정도니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들은 “왜 북한을 지목하느냐”며 길길이 뛰었을 것이다.



 김남식 선장은 말했다. “나는 전라도 고흥 출신이며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진보 측 태도는 이해할 수 없어요. 안보엔 여야가 없잖아요. 어뢰를 건져줘도 못 믿겠다면 도대체 뭘 더 건져줘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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