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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연비?" 실험실 아닌 실제 도로에선…

자동차 연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진 상태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연비 과장 사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연비와 공인 연비 간의 괴리에 대한 불만을 줄이는 일은 자동차업계의 오랜 화두였다.



실험실 아닌 실제 도로 달려보니 … 연비 20% ↓
내년 1월부터 ‘신 연비’ 도입
기아차 레이 L당 17.9㎞ → 13.9㎞
운전습관 등에 따라 연비 차이 커
소비자가 느끼는 괴리 여전할 듯

 에너지관리공단이 2010년 12월 설문조사한 결과만 봐도 조사에 응답한 운전자의 69.4%가 “자동차 표시연비와 체감연비 간에 괴리감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연비표시에 과장이 없고 현재 법 규정을 꼼꼼히 지키고 있다”며 억울해 한다. 실제 최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공인연비 사후관리 결과(연비 측정 결과)에서 현행 규정을 어긋난 차종은 한 가지도 없었다.



 이런 괴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구연비’ ‘신연비’로 나뉜 측정 방식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연비·신연비



지경부는 지난해 11월 “실주행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연비표시 방법을 도입해 2012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출시된 일부 신차를 제외한 현행 자동차 연비표시는 도심주행모드(구연비·CVS-75)를 기준으로 한다. 17.85㎞(총 주행축적거리 160㎞ 이내)를 평균 34.1㎞/h(최고속도 91.2㎞/h)로 달리게 한 뒤 측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측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실제 운행 환경과 달리 자동차가 가다 서는 일이 적고, 급제동이나 급가속을 하는 일도 없다. 글자 그대로 ‘실험에 가까운 상황’을 설정하고 측정하다 보니 실제 주행 연비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자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내년 1월부터 전면 도입될 신연비다.



 신연비에서는 다섯 가지 실제 주행 여건(도심·고속도로·고속 및 급가속·에어컨 가동·외부 저온 주행)을 모두 반영한다. 여기서 측정된 연비에 일정한 값(보정식)을 곱해 나온 값이 최종 연비로 표시된다. 연비 표시 전 주행거리도 3000㎞로 대거 늘린다. 실제 주행상황과 유사한 여건을 만들어 놓은 만큼 신연비를 적용하면 현재 연비 표시체계보다 20%가량 연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기아자동차 레이의 경우 구연비에선 L당 17.9㎞를 달릴 수 있지만 신연비에선 13.9㎞ 정도가 나온다.



 게다가 현재 판매 중인 차종마다 연비 표기 방식이 다소 다르다. 어떤 차에는 구연비가, 어떤 차에는 신연비가 적용돼 있다. 지경부는 2012년 이전에 검사를 받은 차량 엔진의 연비에 한해서는 구 연비 표기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올해 새로 출시된 신차가 아닌 대부분의 양산차는 구 연비가 적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든 차량에 신 연비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2013년 1월부터다.



 신 연비를 적용해도 소비자가 차를 구입한 뒤 느끼는 실제 연비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의 운전습관이나 차에 실은 짐의 양, 탑승자 수 등에 따라 실제 연비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자동차 회사 간의 감정의 괴리는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연비 측정 방식에도 불만 여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 시설’을 통해 연비를 측정한 뒤 그 결과를 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하고 있다. 원래는 자동차부품연구원과 석유관리원 등 ‘공인시험기관’에서 연비를 측정했지만 2010년 규제 완화 측면에서 ‘자체 측정’과 ‘시험기관 검사’중 택일 할 수 있도록 한 이후부터다. 수입차도 업체 편의에 따라 공인기관에 연비 검증을 맡기는 곳과, 직접 연비를 측정하는 곳으로 나뉜다.



 정부는 최근 사후에 검사한 연비가 표시된 연비보다 5% 이상 낮으면 과태료 500만원을 물렸는데, 이 기준도 3% 이상 차이가 날 경우로 강화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동차 연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자동차 연비 측정 시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 외에 별도의 민간인 인증관이 참여해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공인연비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자동차를 만든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연비를 측정하고, 이렇게 측정된 연비가 공인연비로 등록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도 유럽처럼 외부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 대표성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 시험 과정을 감시하는 게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조사가 연비를 속일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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