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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누가 되든 내환위기?

이정재
경제부장
대선 D-며칠. 이맘때면 경제는 정치의 종물(從物)이 되곤 한다. 누가 되느냐, 뭐가 달라질까 주판 두드리기 바쁘다. 경험칙상 철저히 대비해놔야 뒤탈이 적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기업도 그렇지만, 특히 촉각을 세우는 쪽은 금융이다. 본질이 면허 장사라 정부 입맛에 따라 크게는 회사 흥망이 바뀌는 탓이다.



 금융가의 요즘 화제는 ‘누가 되든’ 시리즈다. 지난달 사석에서 만난 금융당국 고위간부 A씨. 그가 우스개라며 전해 준 금융권 ‘누가 되든’ 시리즈 1탄은 이랬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금융감독 수장은 여성이 될 겁니다.” 이유는 간명했다. “박근혜가 되면 L모 전 의원, 문재인이 되면 또 다른 L모 전 의원이 낙점 0순위입니다. 각각 ‘원조 친박’ ‘원조 노빠’인 데다 둘 다 ‘소비자 금융’통입니다. 누가 되든 다음 정권은 ‘퍼주기 금융’으로 갈 텐데, 적임자란 얘기지요.” 그는 말미에 “안철수가 되면 P모 전 의원이 0순위란 얘기도 있었지만, 그건 이제 물 건너간 카드”라며 팁도 얹었다.



 시리즈 2탄 ‘누가 되든 금융회사는 봉(鳳) 된다’도 금융권에 회자된 지 오래다. 지난주 초 비공개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는 이를 확인한 자리였다. 업계·관계·학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모였다. 안건은 내년 금융시장 전망과 과제. 금융연구원의 전망은 암울했다.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봤다. 금융권 예상 실적은 ‘나쁨, 나쁨, 나쁨’이었다. 은행이든 보험·증권사든 체력이 더 떨어져 성장이 모두 정체 또는 둔화할 것으로 봤다. 안팎의 여건이 다 나쁘겠지만, 그중에서도 ‘정치 리스크’를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역할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이유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박근혜 후보의 신용불량자 빚 50% 탕감, 문재인 후보의 피에타 3 법 등 대선공약을 겨냥한 분석이다. 한 참석자는 “이처럼 모든 금융산업이 장기간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그런데도 누가 되든 금융회사는 더 많이 퍼줘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봉이냐”고 분개했다.



 시리즈 3탄은 ‘누가 되든 5대 금융지주 회장은 영남 독식’이다. 두 유력 대선 후보의 지역을 빗댄 말이다. 이미 KB·하나·신한·우리·산은 5대 금융지주 회장은 PK(부산·경남) 출신이 독식 중이다. 두 후보가 지역 편중 없는 탕평(蕩平) 인사를 약속했지만, 금융계 반응은 차갑다. 금융 쪽엔 ‘해당 사항 없음’이란 이유다. 금융회사 수장은 공직 인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5대 지주 회장 중 세 곳은 아예 민간회사다. 게다가 금융업의 특성상 정권의 인사 입김이 잘 통한다. 최고경영자(CEO)가 누리는 권한과 혜택도 많다. 정권 입장에서 보면 창업 공신 포상용으론 안성맞춤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두 후보 모두 챙겨야 할 사람은 많은데 지역 편중 인사는 자제해야 하는 미묘한 상황”이라며 “그런 미묘한 상황을 풀어내는 데 적절한 게 금융권 자리”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정권이 바뀐들 PK가 TK(대구·경북)로 바뀌는 게 고작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말대로면 누가 되든 영남 독식은 계속된다는 얘기다.



 누가 되든 시리즈의 결정판은 4탄이다. 제목은 ‘누가 되든 내환(內患)위기?’ 시리즈 1, 2, 3탄이 모두 실현되면 4탄이 저절로 따라온다는 게 골자다. 농반진반, 자조가 섞였다. 15년 전 외환위기는 금융권엔 ‘건국 이래 최대 악몽’으로 통한다. 처음으로 은행이 망했다. 1998년 한 해에만 금융회사 직원 6만8500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 3년 죽을 힘을 모아 간신히 이겨냈지만 후유증은 고스란히 남았다. 더 커진 양극화와 약 1000조원의 눈덩이 가계 빚이 그것이다. 지난 주말 만난 은행장 B씨는 “외환위기 뺨치게 금융권이 어려운데 대선 주자들 모두 금융회사에 가계부채 깎아주고 서민금융 퍼주라고 한다”며 “이러다 외환위기가 아니라 내환위기가 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누가 되든 시리즈는 아직 괴담 수준에 불과하다. 실현될 리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그러나 만약 시리즈 4탄이 현실화하면? 상상조차 끔찍하다. ‘기나라 사람의 괜한 근심(杞憂)’이길 바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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