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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기형적 개발이 자초한 나로호의 교훈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는 다시 고흥나로호센터에 누워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후 아직까지 정확한 고장 원인을 몰라 언제 일어설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올 10월 3차 발사 첫 시도 때는 러시아제 1단 로켓이, 이번에는 국산 2단 로켓이 문제였다. “준비가 완벽했다” “이번엔 꼭 성공시키겠다”는 과학자들의 말을 믿었던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



 발사체는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운반체다. 미국·러시아·일본 등 세계 9개국만이 기술을 갖고 있다. 독자 발사체가 없는 우리로서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쏘아 올린 13기의 위성을 모두 외국 땅에서, 외국 업체에 맡겼다. 거액을 주고도 기술 하나 곁눈질하지 못하는 ‘우주 약소국’의 설움도 당했다. 그래서 우리 손으로 만들자며 10년 전부터 8500억원(나로호 5205억원+우주센터 3314억원)을 들여 도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고배를 들고 있다.



 발사체 발사 실패는 우주 선진국들도 수도 없이 겪었던 일이긴 하다. 일본은 N1 발사체 기술을 미국에서 통째로 들여오고도 세 번 연거푸 실패했다. 독자 개발한 H2 발사체도 1998, 99년 N1의 전철을 밟았다. 90년대부터 독자 개발에 나선 브라질은 2003년 발사체 폭발로 21명이 사망하는 등 세 번 연속 좌절했지만 계속 도전 중이다.



 우리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렇더라도 나로호의 개발 방식에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독자 개발도, 기술 도입도 아닌 어정쩡한 기형 방식이어서다. 초창기부터 발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리가 독자 개발한 1, 2단 로켓을 발사 한두 달 전 결합하다 보니 ‘궁합’을 철저히 점검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더구나 1단 로켓은 러시아가 기술을 꽁꽁 숨겨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다. 반면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9개국은 어떤가. 독자 개발이나 기술 도입을 했으며, 개발·제작·시험 등 발사체 전체를 통합 설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로호의 기형적인 개발 방식은 한·러 계약에 따른 것이다. 우주 약소국인 우리로선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조건이긴 했다. 그렇다고 나로호의 연이은 발사 실패와 발사 연기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과학계에서는 개발과정 중의 오류에 대한 책임을 잘 묻지 않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관행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단순 실수로 발사 실패나 취소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게 아닌지 철저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엄중 문책해야 한다. 더구나 국산 2단 로켓은 만든 지 3~4년이나 됐다. 보관 과정, 작동 여부, 부품 점검 등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피해갈 수 있는 일이었다면 그로 인한 국민의 허탈감이 너무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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