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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안철수의 타이밍, 이상한 선거판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정치는 고약한 영역이다. 아무리 싫어도 뿌리칠 수 없어서다. 예컨대 내가 세금을 더 낼지 덜 낼지, 이건 경제의 영역이 아니다. 세율을 조정하려면 반드시 법을 고쳐야 한다. 이때 온갖 갈등과 충돌이라는 산고(産苦)가 뒤따른다. 이걸 유권자인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이 맡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정치다. 정치는 공기나 물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지배한다. 이런 이유로 정치는 부족해도, 넘쳐도 탈이다. 음식물을 적당히 섭취해야 건강하듯 유권자도 정치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이게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는 길이다.



 대통령 선거는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유권자에게는 숙명 같은 행사다. 그래서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런데 18대 대선이 이상하게 흐른다. 유권자들은 밥상에 차려진 후보들의 정책이나 이념 같은 반찬에 별로 끌리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가 한 판을 겨루는데도 유권자들의 흥미지수는 높지 않다. 보수세력이 일부 ‘좌클릭’하면서 박근혜-문재인 후보 간의 정책 차이가 애매해진 탓도 있지만 더 본질적인 원인이 있다. 대선이 ‘타이밍(timing)’의 정치로 변질돼서다. 유권자는 물론이고 박·문 후보 모두 중도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의 타이밍 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밍은 외래어다. 주변의 상황을 보아 좋은 시기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안 전 후보가 어느 시기에 문 후보를 지지할지가 대선 판세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건 누구나 인정한다. 오죽했으면 박 후보 캠프에서는 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려놔야 안 전 후보의 타이밍 정치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안철수의 타이밍 정치는 처음부터 절묘했다.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내고(7월 19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7월 23일)하면서 군불을 지폈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이 결정되자 사흘 후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9월 19일). 그러자 ‘야권 단일화’ 구호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11월 6일 문-안 단독회동으로 단일화를 합의했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거칠어질 무렵 안 후보는 사퇴를 선언했다(11월 23일). 지금은 안 전 후보가 언제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할지가 판세를 흔들 최대 변수가 됐다. 타이밍이 선거판의 중요 정책 담론을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이미 사퇴한 후보가 대선 판세를 좌우하게 된 건 결국 박·문 두 후보가 자초한 일이다. 많은 유권자는 구태에 찌든 기존 정당을 혐오한다. 두 정당에 ‘개혁’을 기대할 생각도 없다. 안철수에 열광했던 이들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생각해 보자. 이 추세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정권을 잡은 쪽이나 못 잡은 쪽이나 ‘헌 정치’의 상징이 될 게 뻔하다. 결국 유권자는 희망이 아닌 절망의 지도자를 뽑은 셈이 된다. 그러면 안철수의 타이밍 정치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선거판, 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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