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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를 갖고 싶다면 ‘세 가지 R’ 키워라

카리스마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세계적 인물들(왼쪽부터) :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버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중앙포토]
지난 11월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 후 첫 해외 순방에서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 독재에 맞서 싸워온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와 환담하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오바마와 수치 모두 카리스마가 넘치는 정치인이어서 두 사람이 연출하는 장면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인식의 ‘과학은 살아 있다’ ⑩ 리더십의 심리학

카리스마는 그리스어로 기적을 일으키는 권능, 예언을 하는 재능 또는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 등 다양한 뜻을 지니고 있다. 카리스마를 성공적인 리더십의 핵심 요소로 꼽은 인물은 독일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1864~1920)이다. 그가 학술 용어로 처음 사용한 카리스마는 추종자들이 지도자가 갖고 있다고 믿는 경이로운 속성이나,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인간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베버는 전통적 권위를 부정하는 ‘카리스마적(charismatic) 리더십’이 아니고서는 산업사회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심리학자인 로널드 리기오는 30년이 넘는 연구 끝에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은 여섯 가지 자질, 곧 정서적 표현, 열의, 능변, 예견 능력, 자신감, 타인에의 대응 능력으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카리스마가 여러 자질로 구성된다면 개개의 자질을 계발해 카리스마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스티브 잡스가 미래를 투시하는 예견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대중에게 비쳐진 것도 그가 10분간의 신제품 발표를 위해 10시간 가까이 연습을 한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타인에게 좀 더 잘 대응하는 방법도 학습할 수 있다. 연설하는 솜씨 역시 훈련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다.

막스 베버
정서적 표현 능력도 얼마든지 향상이 가능하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딘 사이먼튼은 1987년 펴낸 『대통령은 왜 성공하는가(Why Presidents Succeed)』에서 성공적인 미국 대통령은 대부분 청중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이끌어내는 낱말들, 이를테면 사랑, 우정, 희망 같은 어휘를 즐겨 구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나는 여러분의 견해를 지지합니다” 같은 표현보다는 “나는 여러분의 고통을 느낍니다”라고 말하면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루스벨트, 미 대통령 중 최강 카리스마
1988년 사이먼튼은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뛰어난 미국 대통령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를 꼽았다. 대통령에 네 번이나 당선되어 12년간 백악관을 차지한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며 몸에 밴 불굴의 투지와 용기를 보여주면서 미국 시민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그를 신뢰하고 존경한 것으로 분석된다. 말하자면 루스벨트는 카리스마가 지도자 개인의 특질이라기보다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스티븐 레이허와 알렉산더 해슬람은 2010년 11월 펴낸 『리더십의 새로운 심리학(The New Psychology of Leadership)』에서 강력한 리더십은 지도자와 추종자 사이의 공생적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집단심리학, 특히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개념을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 1979년 영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존 터너가 제안한 사회적 정체성 이론은 개인들이 가령 “우리 모두는 한국인이다” 또는 “우리 모두 천주교 신자이다”라고 말할 때처럼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느낄 때 서로를 신뢰하며 힘을 합치고 집단의 지도자를 기꺼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집단 안에서 정체성을 함께 확인한 사람들은 두 가지 사회적 특성을 나타낸다. 첫째, 그들은 집단 속에서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개인적 소신보다 집단의 공통 이해를 위해 결정을 내린다. 둘째, 개인들은 그들이 속한 집단의 규범을 준수한다. 예컨대 일터에서는 종업원으로, 성당에서는 신자로, 야구장에서는 응원단으로서 그 집단의 규범과 가치체계에 맞게 반응을 나타낸다. 말하자면 사회적 정체성은 집단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여 공유된 목표를 달성하도록 협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레이허와 해슬람은 사회적 정체성을 공유한 집단에서 그 정체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가장 효과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뛰어난 리더십은 추종자의 가치체계와 의견을 가장 잘 이해하여 집단의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그 집단을 다른 집단과 차별화시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사람은 누구나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보기로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조지 W 부시 후보를 꼽았다. 부시는 유세 중에 실언을 자주 했으나 그의 어눌한 말솜씨를 조롱한 상대방 진영이 오히려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 부시에게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시 대통령의 사례는 리더십에 필요한 핵심 요소가 그 집단의 특성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효과적인 리더십을 위해 지도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따로 없다는 게 레이허와 해슬람의 새로운 리더십 이론이다. 그러나 대통령이건 최고경영자이건 진정한 지도자는 단순히 집단의 정체성을 수용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집단의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도자가 구성원들과 정체성을 놓고 끊임없이 소통할 때 비로소 창의적인 리더십이 형성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레이허와 해슬람은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7·8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정치인이건 최고경영자이건 심지어 야구 감독이건 카리스마를 갖고 싶다면 영어 철자 ‘R’로 시작되는 세 가지 능력을 갈고닦을 것을 주문했다.

첫째는 ‘반영(reflecting)’이다. 이는 집단의 전통과 문화에 관해 배우려는 마음가짐이다.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의 토대가 되는 각종 선언문이나 학교에서 누구나 암송하는 명시처럼 집단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문학 작품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카리스마로 명성을 드높인 지도자일수록 시적 표현이나 언어의 기교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많은 위대한 지도자들은 대중 앞에 나서서 연설하기 전에 그들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추종자로부터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도자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요컨대 지도자가 자신의 업적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성취된 것이라고 자만하며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순간 곧바로 실패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표현(representing)’이다. 이는 지도자가 추종자들에게 자신이 집단의 구성원임과 동시에 지지자임을 분명히 나타낼 줄 아는 능력이다. 지도자는 반드시 자신의 정체성을 능숙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표현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진정성이 느껴지게끔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옷차림, 목소리, 어휘의 선택에도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집단 구성원이 지도자의 표현에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널드 레이건의 경우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았지만 미국 유권자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공감을 끌어내는 표현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가 대중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도 대중 스스로 그들이 바라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이끌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람직한 리더십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카리스마는 지도자의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표현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셋째는 ‘실현(realizing)’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현실화하는 능력이다. 지도자의 성공은 집단의 관심사, 예컨대 경제 성장, 양극화 해소 또는 사회 통합 같은 쟁점을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카리스마가 뛰어난 지도자는 대중이 공감하는 기준을 설정해서 그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끌어내 이러한 쟁점을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은 의회나 언론과도 좋은 관계를 맺는다. 요컨대 카리스마가 뛰어난 지도자는 집단이 바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카리스마는 타고나는 게 아닌 노력의 산물
레이허와 해슬람은 ‘반영, 표현, 실현’이 효율적인 리더십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고 이 세 가지 능력을 구비하면 카리스마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리스마가 선천적 재능이라기보다는 후천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설득력을 얻게 됨에 따라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카리스마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과정도 운영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에서는 기업체 임원이 대부분인 수강생에게 배지를 착용시킨 뒤 카리스마의 토대가 된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신호들을 기록한다. 이 배지에는 목소리, 미소, 고개 끄덕임 따위의 몸짓 등이 기록된다. 이런 사회적 신호를 분석하여 어느 수강생이 회사에서 동료 임원들에게 사업 계획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스마가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개인적 노력에 의해 형성될 수 있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인물은 다름 아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레이허와 해슬람은 루스벨트의 카리스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덧붙였다.

“그는 불리한 신체적 조건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꿔놓으면서 카리스마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대공황 동안 고통받는 수백만 명의 평범한 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졌다. 그는 ‘우리의(of us)’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한(for us)’ 대통령으로 느껴지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바로 카리스마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가짐이다.”



이인식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지냈다. 신문에 470편, 잡지에 160편 이상의 칼럼을 연재했다. 『지식의 대융합』 『이인식의 멋진 과학』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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