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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만한 불편 없애니 태산 같은 성공

우리는 모두 한평생의 운수를 뜻하는 ‘팔자(八字)’를 고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팔자 고친 선수들을 한번 연구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열화와 같은 사랑을 받은 히트상품들 속에서 역전의 비결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크게 두 가지 길이 보였다. 하나는 아무도 보지 못한 ‘아픔’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무도 주지 못한 ‘기쁨’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회부터는 창조의 두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픔’과 ‘기쁨’에 관한 이야기를 히트상품 사례와 섞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아픔의 세계로 가보자.

막상 팔자를 바꿀 만한 아픔을 직접 찾아내려고 하니 쉽지 않다. 어디 아픔을 들여다볼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히트상품 속에서 아픔의 족보를 찾아내었다. “이불 사고 복 받자!”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필자는 아픔이 ‘불편’ ‘불안’ ‘고통’ ‘고독’ ‘고비용’ ‘고령화’ ‘복잡’에서 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앞 글자를 떼어 보면 2개의 ‘불’, 4개의 ‘고’, 1개의 ‘복’이 있기에 이를 기억하기 좋도록 “2불 4고 복 받자!”라는 일종의 암기법을 만들었다. 유치하긴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고객들의 아픔에 접근하고 싶을 때마다 영감을 줄 수 있는 구호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 “2불 4고 복 받자!”

이번 회에서는 첫 번째 아픔의 원소인 ‘불편’을 생각해 본다. 사실 불편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싸워온 적이다.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불편을 이기기 위해 도구를 만들었다. 맨손이 불편해 돌도끼를 만들었고, 맨발이 불편해 신발을 만들었다. 이렇듯 몸이 불편해서 만들기 시작한 도구들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했다. 장거리 이동이 불편하자 마차를 만들었고, 마차의 사용이 불편해 기차와 자동차, 심지어 비행기까지 만들었다. 즉 몸의 불편이 도구를 잉태하고 사용의 불편이 도구를 성장시켰다. 도구의 잉태와 성장은 쉼 없이 계속된다. 불편을 해결하려는 혁신가들이 끊임없이 창조적인 해결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기업이 있다. 미국의 주방용품 기업 옥소(OXO)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CEO) 앨릭스 리는 “우리는 어떤 물건에서든 아주 작은 불편함을 찾아내고 해결해서 ‘좋은 물건’이 ‘더 좋은 물건’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해결사”라고 말한다. 그들은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물건을 본다. 70명의 직원이 매일 사무실에서 직접 요리를 해보고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사소한 발견’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 그래서 직원 70명 중 디자이너는 단 한 명도 없지만 180여 차례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만든 획기적인 제품 중 하나는 눈금을 위에서 볼 수 있게 만든 계량컵이다. 기존의 모든 계량컵은 눈금이 옆에 표시돼 있어 컵을 눈높이로 들어 올리거나 반대로 자세를 낮춰야 했다. 하지만 옥소의 계량컵은 안쪽에 비스듬한 면을 만들어 눈금을 표시해 위에서도 쉽게 눈금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유아용 컵인 시피컵(sippy cup·사진)은 아이 혼자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양손으로 잡는 손잡이를 만들고, 물이 쏟아지지 않게 했다. 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하다.

옥소처럼 사소한 불편을 제거한 덕분에 성공한 사례는 적지 않다. 도시바는 팔 힘이 부족한 노인 고객을 위해 버튼으로 문을 여는 냉장고를 만들었고, 웅진코웨이는 왼손잡이들을 위해 비데 조작 부분을 분리해 변기 좌우 어디에도 붙여 쓸 수 있게 만들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용의 불편뿐 아니라 소통의 불편을 제거해도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KT는 복잡한 청구서 디자인을 고객의 관점에서 바꿨다. 고객이 가장 빨리, 또 명확하게 알고 싶은 부분인 ‘납부할 최종 금액’ ‘실제 사용 금액’ ‘할인 금액’을 청구서 상단에 큼지막한 크기로 정리해 놓고 빨간색으로 강조해 소통의 불편을 줄인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일본의 제약회사 닛토(NITTO)는 주간용과 야간용 감기약을 ‘해’와 ‘달’ 그림으로 구분해 소통을 쉽게 만들었다.

이토록 깨알 같은 불편을 찾아내는 일은 결과물만 보면 쉬워 보여도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따뜻한 감성의 눈과 애절한 진정성의 귀가 열려야 하기에 창조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인 것이다. 그런 섬세한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눈과 귀가 필요하지 않을까? 류시화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중략)’. 불편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유별나야 한다. 먼지 같은 불편을 찾아내려면 내가 상대방이 되어야 한다. 또 내가 그것이 되어야 한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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