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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먼로 50주기 기념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6월 20일~2013년 1월 28일)는 색다른 방식으로 그녀의 삶을 해석했다. 즉 영화 촬영이나 일상생활, 그리고 각종 공식석상에서 먼로가 직접 사용했던 손때 묻은 물건을 중심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오드리 헵번이나 그레타 가르보 등 할리우드의 다른 디바들이 신었던 페라가모의 역사적인 구두들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면 메릴린 먼로의 일대기가 시작된다. 첫 번째 방은 사방이 먼로의 사진과 영상, 그리고 그녀가 남긴 짧은 말들로 가득했다. 가운데 천장에는 현대미술가 파올로 카네바리가 만든 작은 거울 조각으로 뒤덮인 폭탄이 매달려 빛을 반사하며 빙빙 돌고 있었다. 이 작품은 미군부대 콘서트에서 먼로가 입었던 드레스를 연상시키면서 폭력시대의 상징인 핵폭발의 이미지도 암시하고 있다. 먼로의 섹시한 이미지를 착취한 것이 할리우드나 광고계뿐 아니라 국가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미국 정부는 먼로를 이용해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고, 승리에 도취한 미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과시하고자 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그녀의 여성성은 권력에 의해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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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였던 만큼 유명 사진작가들의 대표작들을 통해 인생 경로를 따라가는 코너가 이어졌다. 세실 비튼, 버트 스턴, 조지 배리스, 밀튼 그린 등이 포착한 사진들은 먼로가 왜 신화가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공간에는 먼로가 1950년 중반부터 죽기 전까지 착용했던 페라가모의 구두 20켤레도 함께 전시됐다. 모두 페라가모 뮤지엄 소장품으로, 대부분 199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먼로의 소지품을 경매할 때 낙찰받은 것들이다.
이어지는 코너는 먼로가 사적인 자리에서 입었던 의상들을 모아놓았다. 검은색과 흰색 옷이 대부분이었다. 흑백으로 된 그녀의 옷장은 마치 부정과 긍정, 어둠과 밝음을 오가는 먼로의 극단적인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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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의 얼굴을 커버로 내세운 각종 잡지로 장식된 액자의 복도를 지나면 영화 속 유명 장면을 재연한 마지막 코너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에서 지하철 환기구 바람에 날리는 치맛자락을 잡는 장면을 연기할 때 입었던 흰 드레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Gentlemen Prefer Blondes)’에서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최고 친구’라는 노래를 부를 때 입었던 분홍색 원피스 등이 다시금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잔주름·수술자국 선명한 사진들
이에 앞서 이탈리아 북서부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바르드 요새에서는 ‘더 라스트 시팅(The Last Sitting)’ 전시(6월 9일~11월 4일)가 열렸다. 1962년 6월 말, 먼로가 죽기 약 6주 전 사진작가 버트 스턴이 미국 패션잡지 보그의 의뢰로 찍은 그녀의 모습 60여 점이다. 당시 약속시간보다 5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먼로는 화장 없이 나체로 포즈를 취해 달라는 스턴의 요구에 응했고, 이 둘은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너무 대담하다는 이유로 잡지에 실리지 못했고, 스턴은 어쩔 수 없이 화장하고 옷을 입은 그녀를 다시 찍어야만 했다. 그리고 사진이 실린 보그 잡지가 발행되기 바로 전날, 그녀는 숨진 채 발견됐다. 먼로 사망 직후 발행된 보그 잡지에 먼로의 사진은 8개 면이 나왔고, 82년이 돼서야 그녀의 누드 사진이 같은 잡지에 12개 면에 걸쳐 실렸다.
스턴은 두 번의 촬영이 진행된 3일 동안 총 2571장을 찍었다. 붉은 잉크로 X 표시가 된 사진들은 먼로가 직접 표시한 삭제 표시다. 눈가의 잔주름이나 사진 촬영이 있기 몇 주 전 받은 오른쪽 옆구리 쓸개 수술 자국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면모를 느끼게 했다.
피렌체·바르드 요새(이탈리아) 사진 살바토레 페라가모 뮤지엄·‘라스트 시팅’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