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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칼럼] 새의 비명이 들리는 ‘새의 선물’

어느 해 여름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국회 의원동산에 꾀꼬리의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소리를 좇아가 발견한 새끼 꾀꼬리는 잔디밭을 깡총깡총 뛰고 있었다. 멀찌감치에서 어미는 먹이를 물고 새끼를 부르고 있었다. 숲으로 어서 돌아오라며. 비에 젖어 날갯짓이 힘든 새끼를 부르던 어미의 울음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여러 해 동안 의원동산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꾀꼬리를 관찰하고 촬영해왔다. 하지만 꾀꼬리를 보는 것도, 나뭇가지에 숨긴 둥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때 새 둥지를 떠나는 새끼 꾀꼬리를 찍을 수 있던 건 행운이었다. 이소(離巢)하는 새들의 모습을 촬영하려면 긴 기다림과 인내와 행운이 따라야 한다. 새를 찍는 생태사진가라면 누구나 이때를 놓치지 않고 촬영하고 싶어한다.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다.

그런 결정적인 순간들을 기록한 사진전이 서울 인사동에서 열리고 있다. 3일까지 열리는 ‘새의 선물’ 사진전이다. 사진작가가 수년간 전국의 산야를 오가며 고생고생 촬영한 사진들이다. 장독대에서 목욕하는 동박새, 홍시 가득한 광주리에 모여든 물까치, 짝짓기하는 롱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등. 새들의 일상을 촬영한 작품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한 작품들이다. 완벽한 구도, 배경과 광선은 마치 스튜디오 세트장과 같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뭇가지를 잘라내 둥지를 드러나게 하고, 광선과 배경이 좋은 곳으로 둥지를 옮기고, 둥지에 있어야 할 어린 새끼들을 나뭇가지에 앉혀 촬영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서성일(73) 자문위원은 “땅바닥에 둥지를 트는 노랑할미새를 다른 새의 둥지에 넣고 촬영한 것은 동물 학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들은 이소할 때 천적을 피하려 숲 속으로 흩어지는 게 자연의 생리다. 그런데 사진 속 어린 새들은 한 나뭇가지에 줄지어 앉아 어미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다. 숲 속의 음습한 곳에 있어야 할 희귀조 삼광조가 햇볕이 쨍하게 든 둥지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둥지나 어린 새들을 노출시키는 것은 맹금류나 들고양이 등 천적에게 먹잇감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행위다. 사진가들의 지나친 욕심이 야생의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새의 선물’ 사진전을 연 작가는 ‘동료 사진가들이 질투심으로 나를 비난한다’고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해당 작가의 해명을 듣고 싶어 몇 차례 전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지만 묵묵부답이다.

그의 말대로 그동안 자연 보호에 앞장서야 할 생태사진가 몇몇 또한 둥지를 훼손하고 둥지를 옮겨 촬영한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둥지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단체 촬영에 나서는 동호회도 있다고 한다. 자연 사랑 없이 맹목적인 사진 사랑에 빠진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사진 속엔 사진가의 마음과 생각이 들어 있다. 진정한 생태사진가는 자연을 훼손하지도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는다. 작은 생명일지라도 그들을 배려하고 사랑을 나눈다. 디지털 카메라와 망원렌즈가 대중화되면서 사진 인구도 급속히 늘었다. 취미 생활을 넘어선 전문가 수준의 사진가들이 즐비하다. 사진가 커뮤니티도 이제 사진 윤리를 세우고 행동 규범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특히 생태사진가의 윤리적 행동 수칙을 정하고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법 등을 강화해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 길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면 말이다.

겨울은 본격적인 탐조의 계절이다. 천수만·순천만·금강호·경포호·주남저수지·우포늪 등 전국의 철새도래지에 탐조인들이 북적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새들이 주는 선물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 같다. 그들과 하나가 되었을 때 받는 위로와 마음의 평안을···. 탐조는 새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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