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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꿈과 꿈이 만난 박물관

정진홍
논설위원
# 지난 토요일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수 인근에 위치한 참소리박물관 야외광장에서 두 사람이 감격에 겨워 얼싸안았다. 한 사람은 영화인생 55년의 국민배우 안성기씨였고 다른 한 사람은 수집인생 55년의 참소리박물관장 손성목씨였다. 말 그대로 ‘수집인생 55년’과 ‘영화인생 55년’이 만난 것이다. 말이 55년이지 한 사람의 인생 그 자체다. 그 만남을 통해 새로이 박물관 하나가 탄생하게 됐다. 이름하여 ‘안성기영화박물관’이다. 물론 그것은 이미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에디슨과학박물관’을 만든 손성목 관장의 촬영기, 영사기 등 영화 하드웨어 수집열정과 국민배우 안성기의 열정 어린 영화 소프트웨어가 30년 이상을 지속해 만나온 결과 빚어낸 두 사람 아니 두 인생의 융합박물관인 셈이다.



 # 국민배우 안성기는 다섯 살 때인 1957년 영화배우로 데뷔해 올해로 영화인생 55년이 됐다.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을 영화인생을 등짐 지듯 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이제껏 올 때까지 그가 보여준 최고의 미덕은 ‘한결같음’이었다. 아마도 그 한결같음이 그를 국민배우로 존재하게 만드는 가장 큰 밑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잰 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끄럼을 잘 탄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업인 영화배우로 역할 할 때는 얼마나 독한 데가 있는지 모른다. 어찌 보면 배우치고는 너무 튀지 않아 평범해 보이지만 스크린 속의 그는 비범하다 못해 비장하다. 그야말로 ‘평범 속의 비범함’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의 한결같음이요 여간해선 드러내지 않는 그의 숨은 독기다. 그런 독기 없이 그렇게 한결같기가 가능키나 하겠는가. 웃으면 더욱 깊게 파이는 얼굴 주름 사이사이에서 나는 그의 배우로서의 한결같은 근성과 독기를 동시에 본다.



 # 그런데 여기 근성과 독기라면 둘째가기 서러워할 사람이 또 있다. 수집인생 55년의 손성목 관장이다. 그는 여섯 살 때인 48년 아버지로부터 컬럼비아 축음기 G241을 선물받은 후 이것을 한국전쟁 중인 51년 1·4후퇴 당시 아직 어린 자기 등에 기어이 짊어지고 원산에서부터 피란 나온 독종이다. 휴전이 된 후 강릉에 정착한 그는 건설회사에 취직해 중동파견 근무를 하고 이어서 국내로 돌아와 아파트 건설과 임대사업의 성공으로 벌어들인 돈을 거의 몽땅 축음기, 백열전구, 영사기, 촬영기 등 수집에 쏟아부었다. 2000년 1월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가 나서 온 집안에 빨간 경매딱지가 도배되다시피 했을 때마저도 국제전화로 진행 중이던 축음기 경매에 나설 만큼 정말이지 ‘미친 사람’이다. 하지만 뭐든 미친 사람이 이루는 법이다. 결국 그는 에디슨이 살아있다면 울고 갈 만큼 수많은 에디슨의 발명품들 특히 축음기와 백열전구, 촬영기와 영사기 등의 수집에 미쳐 미국은 물론 남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 등지를 샅샅이 훑고 다녔던 것이다.



 # 축음기는 말 그대로 공기 속에 사라져버릴 소리를 잡아 저장해 뒀다가 다시 재생해서 듣는 장치다. 백열전구는 필라멘트라는 전도체를 통해 열과 빛을 어둠 속에서 재현해낸다. 또한 촬영기와 영사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릴 것들을 1초에 16 혹은 24프레임이 흐르는 연속필름 속에 담아 실제와 같이 재현한다. 마찬가지로 손성목과 안성기 두 사람의 30년 만남이 씨줄 날줄로 엮어져 이뤄낼 영화박물관은 우리에게서 잊혀져버릴 운명에 처했던 것들을 되살려 재현해낼 마술 같은 시공간이 될 것이다.



 # 박물관은 과거의 창고가 아니다. 박물관에는 미래가 숨어 있다. 그 박물관에서 미래를 찾아내는 것은 박물관을 찾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눈과 귀다. 그래서 손성목과 안성기 두 사람이 함께 만들 영화박물관에는 오래된 영사기와 촬영기 그리고 낡은 영화소품들이 전시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엔 두 사람의 집념과 끈기는 물론 다섯 살에 은막에 데뷔한 소년의 꿈과 여섯 살에 아버지한테 선물받은 축음기 소리에 매료된 이의 꿈이 함께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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