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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행기 활주로 패쇄에 동호인들 분통

지난 10일 밤 경기도 화성시 신외동 경비행장. 8톤 트럭이 활주로 곳곳을 흙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다음날 비행장에 나온 김연일(68)씨는 깜짝 놀랐다. 흙더미에 뒤덮여 활주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행장에 주기(駐機)돼 있는 자신의 경비행기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을 정도였다.

알고보니 이 비행장의 토지 소유주인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밤사이 벌인 일이었다. 본지가 허술한 경비행기 활주로 관리 실태를 고발한 기사(11월 9일 16면)를 낸지 하루 만이었다. 김씨는“수자원공사가 지난 10년간 아무 말도 없다가 기사가 나가자 막무가내로 비행장을 폐쇄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시 신외동 경비행기 활주로 곳곳에 흙더미가 쌓여있다. 이착륙이 불가능해진 10여대의 경비행기가 흙더미 너머에 주기(駐機)돼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흙더미가 쌓이기 전 활주로 모습. [안성식 기자]


인근의 ‘어섬 비행장’도 사정은 비슷했다.이곳의 토지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지난 15일 포크레인을 동원해 “활주로를 폐쇄시키겠다”며 땅을 갈아엎으려 했다. 경비행기 동호회원들이 온몸으로 막아서 포크레인은 물러났다. 하지만 언제 다시 포크레인이 들이닥칠지 몰라 동호회원들은 불안에 휩싸여 있다.

현재 전국에는 22곳의 경비행장이 있다. 이 가운데 정부 허가를 받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허가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국의 모든 경비행장이 불법 시설인 셈이다.앞서 언급한 두 곳의 비행장도 마찬가지다. 동호회원들은 지난 10여년간 공터를 비행장으로 개조해 이용해왔다. 신외동 경비행장과 어섬 비행장의 경우 토지의 원소유주가 각각 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다. 이들 공사 측은 경비행장의 안전 관리 실태를 고발한 본지 기사가 나가자 흙으로 활주로를 덮는 방식으로 불법 상황을 해결하려 한 것이다. 수자원공사 측은“해당 토지에 개발사업이 잡혀 있어 폐쇄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어촌공사 측도 “불법 점거를 정상화 시키려는 작업이었다”며 “혹시 사고라도 나면 우리 공사 책임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10년째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활주로를 흙으로 덮는다고 안전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올 7월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경비행기는 761대.4년새 1.5배나 늘었다. 비행기가 늘어난 만큼 사고도 늘었다.지난 5년새 경비행기 추락 사고 등으로 숨진 사람이 21명에 달한다.하지만 경비행장 운영에 관한 법적 기준은 없고, 관리는 소홀하다. 전국 22곳의 비행장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고작 2명이다.

경비행기 동호회원들도“이용료를 낼테니 합법적으로 비행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한다.경비행기 소유주들은 해마다 수백만원씩 세금도 낸다.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무단 사용중인 경비행장 활주로를 흙으로 덮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라면 활주로를 폐쇄하기 전에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행장과 안전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현 기자 <2str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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