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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② 찜질방] 친구야 찜질방으로 와, 수다 좀 떨게

드래곤힐스파는 외국인 손님이 많다. 익숙한 듯 바닥에 누운 프랑스인 마리안 파스케(23)와 미국인 크리스티나 리트는 자칭 ‘찜질 마니아’다. [신동연 선임기자]

첫새벽 화부가 숯가마에 장작을 땐다. 타닥타닥, 그 소리가 찜질방의 하루를 깨운다. 출근시간 회사원 무리가 휘몰아쳐 나가면 주부들의 사랑방이 열린다. 예전처럼 땀 빼며 수다만 떠는 게 아니라 전문 피부 케어도 받고 무료 요가·스트레칭 강습도 받는다. 나른한 오후가 되면 이른 관광을 마친 중국인 관광객이 한류 드라마 삼매경에 빠진다. 난데없이 케냐 아이 3명이 나타난다. 예능방송 촬영차 한국문화를 체험하러 왔단다. 더운 나라 아이들의 새카만 눈동자가 더운 한증막에서 신기한 듯 빛난다.

저녁시간. 9시 뉴스가 시작될 즈음이면 파김치가 된 회사원이 하나 둘씩 들어선다. 갈 곳 없는 청춘도 온돌바닥에 나란히 누워 사랑을 속삭인다. 혹여 놓칠 새라 한 손엔 연인의 옷자락을, 한 손엔 스마트폰을 꼭 쥔 손 위로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친다. 찜질방의 밤이 다시 저물어 간다. 서울시내 한 찜질방에서 지켜본 ‘찜질방 24시’다. 21세기 찜질방은 가족 나들이 공간이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며, 아줌마들의 친목공간이다. 독특한 개성으로 승부하는 수도권 명물 찜질방 6곳을 소개한다.

나원정 기자


드래곤힐스파(서울 한강로동)

드래곤힐스파(dragonhillspa.co.kr)는 KTX 용산역 옆에 위치한 7층짜리 대형 찜질방이다. 뉴욕타임스·CNN 등 해외 언론에 소개된 명소다. 다섯 번째 방문했다는 미국인 크리스티나 리트(29)는 “수영도 하고 찜질도 할 수 있어 좋다”며 흡족해했다. 아닌 게 아니라 드래곤힐스파에는 연중 운영하는 야외수영장, 대형 게임센터, 노래방, 영화관 등 여흥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찜질시설도 체계적이다. 100% 소금벽돌로 지은 중·저온 소금방과 고온 소나무 장작불 한증막 등이 온도 순서대로 설치돼 있다. 국산 참나무를 태우는 참숯가마는 매일 나온 숯을 따로 활용할 정도로 제철을 만났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 영어·중국어·일본어가 가능한 지배인이 상주한다. 대형 수화물도 보관해 준다. 12시간 기준 대인은 주중 주간 1만원, 야간·주말 1만2000원. 소인 6000원. 02-792-0001.

3 스파인가든파이브의 영화 상영관. 4 드래곤힐스파 야외 수영장. 5 스파레이의 야외 족욕장. 6 해피데이스파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각 찜질방 제공]

스파인가든파이브(서울 문정동)

스파인가든파이브(spagarden5.co.kr)는 도심 경관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가든파이브 툴관 10층과 11층을 터서 찜질방이 들어서 있어 천장이 높다. 흰색 대리석으로 마감한 로마풍 인테리어가 시원시원한 인상을 준다. 전면 통유리로 자연광이 환하게 들이친다.

 소나무 장작을 때는 전통 불한증막을 제외하면 찜질시설 대부분 조명이 밝아 갑갑한 느낌이 덜하다. 편백나무로 지은 섭씨 20~30도 저온 아토피 치료방은 자극이 적어 아이들에게도 적절하다. 주중 매일 오후 2시에는 스트레칭·요가 등을 무료로 강습한다. 수면실 대용으로 선호하는 황토 토굴방이 20여 개로 넉넉하다. 주중 주간 성인 8000원, 소인 6000원. 야간·주말 성인 1만원, 소인 7000원. 02-404-2700.

해피데이스파(서울 자양동)

찜질하다 말고 노래 솜씨를 뽐내는가 하면 벌겋게 달뜬 얼굴로 즉석 캐리커처를 그린다. 해피데이스파(ehappyday.co.kr)에서는 이런 진풍경이 예삿일이다. 직접 버블 쇼 공연에 나서기도 하는 김진완(45) 이사는 2000년 성동구 라성사우나에서 찜질방 최초의 이벤트 문화를 전파한 주인공이다. “찜질방은 재밌어야 한다”는 그의 철칙은 변함이 없어 해피데이스파의 행사 일정표는 늘 빼곡하다.

 또 해피데이스파는 드물게 인증받은 도심 속 유황온천이다. 황등석으로 빚은 여성 전용 불한증막과 토속적인 맛을 살린 참숯가마도 반응이 좋다. 찜질방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해 체질별 찜질법과 목욕법도 진단해 준다. 12월 1일을 제외하고 토요일마다 진행된다. 15시간 기준, 성인 주간 7000원, 야간 9000원. 소인 4000원. 02-452-5656.

스파레이(서울 잠원동)

“완벽한 서비스와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 세계적인 여행 전문 사이트 론리플래닛이 스파레이(spalei.co.kr)를 서울 명물 찜질방으로 손꼽은 이유다.

 ‘리버사이드호텔 앞 럭셔리 찜질방’으로 더 유명한 스파레이는 입구부터 고급 갤러리 같다. 앤티크 가구와 아기자기한 그림·사진 액자가 구석구석 멋스럽게 장식돼 있다. 여성 고객 취향에 맞춰 찜질시설도 야무지다. 미용 프로그램도 선탠·경락부터 안티에이징 같은 전문 분야까지 세분화돼 있다. 매주 인천 앞바다에서 해수를 가져온 해수탕과 옥상 노천탕은 여심을 녹이는 일등공신이다. 남자는 어린아이도 출입 금지. 12시간 기준 1만2000원. 02-545-4113.

건강나라(경기도 안성)

안성 숲에 불쑥 솟아있는 건강나라 한증막. [각 찜질방 제공]
건강나라는 도비산(352m) 자락 ‘안성내츄럴리조트’(naturalresort.co.kr) 안에 있다. 솔숲에 와락 안긴 형세가 흡사 산장 같다. 안으로 들어서면 지붕 모양대로 뾰족하게 솟은 천장이며 아담한 벽난로, 가지 결이 울퉁불퉁 살아 있는 나무장식 등이 소탈한 정취를 자아낸다.

 건강나라에서는 커다란 천장으로 하늘빛이 들이치는 사우나실이 단연 인기다. 한밤중엔 달빛에 샤워라도 하는 기분이다. 옥석굴·옥피라미드·소금방·황토방은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단골손님은 죄다 전통 한증막에 모인다. 황토·참숯·천일염·천연옥으로 12m 높이의 한증막을 쌓았다. 주중·주말 성인 1만2000원·1만5000원, 소인 8000원·1만원. 031-674-8255.

이태원랜드(서울 이태원동)

이태원랜드에서 촬영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한 장면.
이태원 한복판에 있는 이태원랜드(itaewon land.com)는 드라마 단골 촬영지다. ‘파리의 연인’ ‘검사 프린세스’ ‘빅’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특히 지난해 ‘시크릿 가든’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류스타 현빈의 흔적을 찾아온 중국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봉훈(56) 지배인은 “다 건물터의 기(氣) 덕분”이라고 했다.

 “원래 배우 신성일이 하던 ‘태평극장’ 자리였어요. 1980년대엔 가수 신중현이 록카페를 했고, 나이트클럽·롤러장을 거쳐 2004년 찜질방이 들어섰죠. 건물 공사를 하다가 지하 500m에서 천연 암반수가 솟았어요.”

 단골이 많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거의 주말마다 들른다. 전남 보성의 희귀암석으로 지은 전통 불한증막이 가장 큰 자랑거리. 천장에 열 반사판이 있어 오래도록 열꽃이 꺼지지 않는다. 주중 주간 6000원, 야간·주말 8000원. 02-749-4122.

찜질의 종류…한증막·소금방·황토방·자수정방 …

찜질방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레저 문화로 정착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특이한 레저 문화’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찜질방이 대단한 개념은 아니다. 찜질방은 찜질과 목욕 시설을 한데 모은 시설일 따름이다. 기존의 목욕탕 시설에 찜질 시설을 더한 것으로, 온천처럼 별도의 법률을 정해 관리하는 대상은 아니다.

 찜질방과 비슷한 시설로, 한증막이 있다. 한증막은 우리 전통 방식의 찜질시설로 돌이나 흙으로 만든 방에 소나무 등으로 불을 때서 열을 공급하는 구조다. 강원도 횡성 일대에 있는 참숯가마 찜질이 이와 같은 방식이다. 반면에 찜질방은 방열기나 보일러를 틀어 열을 발생시킨다. 마감재에 따라 소금방, 황토방, 자수정방 등으로 구분된다.

 사우나도 찜질방과 큰 차이가 없다. 다른 게 있다면 옷을 입고 들어가느냐 벗고 들어가느냐다. 온도를 높인 폐쇄된 방에 들어가 땀을 뺀다는 기본 작동 원리는 같다.

 사우나 내부를 나무로 꾸민 건식 사우나를 흔히 핀란드식 사우나라고 하는데, 실제로 핀란드에 있는 사우나는 습식 구조다. 뜨거운 돌에 물을 부어 수증기를 발생시킨다. 터키탕도 있다. 한때 퇴폐업소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터키 정부가 우리 정부에 ‘터키탕’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터키탕은 중동식 목욕탕일 뿐이다. 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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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