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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한·중에 연전연패해도 상금왕은 일본

농심배 중국 왕시 9단과 일본 후지타 아키히코 3단(오른쪽)의 대국. 일본에 1승을 안겨준 후지타에게 응원이 쏟아졌다. [사진 사이버오로]

일본바둑은 죽었다. 세계바둑은 한국과 중국 양자 대결로 좁혀진 지 오래다. 그러나 상금만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이 한·중의 쟁쟁한 강자들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2012년 상금왕이 될 게 확실하다. 23세의 이야마는 지난주 왕좌전 도전기에서 장쉬 9단을 3대0으로 일축하고 타이틀을 따냈다. 일본 7대 기전 중 본인방전·천원전·기성전·십단전에 이어 왕좌전까지 차지해 5관왕이 됐는데 우승상금만 7750만 엔(약 10억300만원)이나 된다. 일본 도전기는 거액의 대국료가 따로 지급되기에 이야마의 올해 수입은 최소 12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야마는 지금껏 세계대회에서 우승이나 준우승을 거둔 적이 없다. 그는 올해 BC카드배와 바이링배에 출전했는데 BC카드배에선 64강전에서 김기용 6단에게 져 탈락했고 바이링배에선 32강전에서 김현찬 2단에게 덜미를 잡혔다. 일본기사가 국내대회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그런 실력의 이야마가 올해 세계에서 상금을 가장 많이 번 기사라는 사실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26일의 농심신라면배 본선 6국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기이한 현상이 목격됐다. 일본의 후지타 아키히코(21) 3단과 중국의 왕시 9단의 대국이었는데 후지타 쪽으로 “힘내라”는 한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최근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인해 일본과 관계가 최악인 점을 감안하면 신기한 풍경이라 할 만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전날의 제5국에서 후지타는 한국의 이호범 3단을 꺾고 1승을 기록했는데 그 1승이 마치 황무지에서 피어난 꽃처럼 신선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농심배에서 일본은 기성·명인 등을 모조리 동원하고도 언제나 일찌감치 탈락했다. 지난해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일본은 동네북이었다. 한데 일본 신인왕전 준우승자라고는 하지만 무명이나 다름없는 후지타가 근 2년 만에 일본에 1승을 선물한 것이다.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후지타는 왕시에게 대패했다. 왕시는 27일 한국의 김지석 8단을 꺾고 2연승하더니 28일엔 일본의 안자이 노부야키 6단마저 제압하고 3연승했다. 일본은 5명의 선수 중 한 명만 남았다. 결국 이번에도 한·중 대결이다. 셰허·장웨이제·천야오예까지 4명의 선수가 남은 중국이 가장 우세하지만 한국은 최철한 9단과 박정환 9단이 버티고 있어 승부는 아직 모른다(2라운드 마지막 날인 29일엔 최철한 9단이 왕시의 4연승 저지에 나서고 최종 라운드는 내년 2월에 이어진다).

 일본은 바둑이 화려하게 꽃핀 나라였고 부자 나라였다. 일본 1위 기전인 기성(棋聖)전은 몇 년째 예산이 동결 상태지만 우승상금이 4500만 엔이나 된다. 세계 최대 기전이다. 그 시절의 잔광이 이야마라는 스타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일본바둑엔 꼴찌에게 보내는 응원의 박수가 쏟아진다. 이런 언밸런스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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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