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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았던 훈련 길가의 개가 부러웠죠

박언주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가드 박혜진(22·1m78㎝)은 요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우리은행은 11승3패로 막강 신한은행(10승4패)을 제치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혜진은 “순위표를 보면 마냥 신기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네 시즌 내내 최하위에 머물렀다. 기뻐할 일은 또 있다. 박혜진은 지난 1라운드를 마치고 실력이 부쩍 향상된 선수에게 주는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데뷔 해인 2008~2009시즌 신인상을 받은 뒤로는 상이나 개인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혜진이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드리블 자세를 잡고 있다. 지난해 힘든 시기를 견뎌 낸 그는 올 시즌 어시스트 4위(3.79개), 득점 8위(12.07개)를 기록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사진 우리은행]
 박혜진은 올 시즌 평균 12점·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지난 27일 우리은행의 서울 장위동 숙소에서 만난 박혜진은 “요즘엔 농구가 즐겁다. 비시즌에 고생했던 걸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새로 부임한 위성우(41) 감독의 ‘지옥훈련’과 명가드 출신 전주원(40) 코치의 ‘그림자 지도’를 기량 향상의 비결로 꼽았다.

박혜진은 “보통 하루 8시간 훈련했고 새벽 훈련이 있을 때는 9시간을 넘겼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었다. 길가에 누워 잠자는 개가 그렇게 부럽더라”며 웃었다. 전 코치는 박혜진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패스의 질과 공격 타이밍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박혜진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작년 시즌만 하더라도 박혜진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김광은 전 감독으로부터 경기 후 라커룸에서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사건에 대해 묻자 박혜진은 울먹이며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어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다. 사실상 나 때문에 (우리은행에서 같이 뛰는) 언니가 팀을 나가게 돼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니를 떠올리며 꾹 참았다”고 했다.

 박혜진의 언니 박언주(24·1m78㎝)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그러나 3차에 걸친 FA 협상에서 우리은행을 비롯해 어떤 팀으로부터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박언주가 폭행 사실을 외부로 알렸다는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혜진은 언니가 사실상 방출되는 상황이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했다. 그래도 다시 언니와 함께 뛸 날을 기대하고 있다. 박혜진은 “언니가 사천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다시 프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말했다. 아픔을 이겨낸 박혜진은 한층 성숙해졌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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