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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애플 특허 포기’ 오보 소동

김창우
경제부문 기자
독일의 특허 전문가인 프로이언 뮐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애플이 둥근 모서리 등을 규정한 디자인특허(D677) 포기를 선언했다”며 “미국 배심원들이 평결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배상액의 50%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국내 언론은 이를 인용해 “삼성의 배상액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흥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애플의 특허포기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애플은 D677 특허가 먼저 낸 D087 특허와 비슷해 중복 적용이라는 지적에 따라 두 특허를 합친 것뿐이었다. 결과적으로 D677의 특허 유효기간이 2023년까지로 16개월 단축됐을 뿐 효력 자체에는 변동이 없다. “삼성 배상액이 절반이 된다”는 것 역시 근거 없는 소리가 됐다.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특허기간 단축선언(terminal disclaimer)’을 특허 포기로 잘못 받아들여 벌어진 일이다.

 둥근 모서리와 얇은 테두리(베젤) 같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유효한 것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지의 법원이 디자인 특허에 호의적이지 않다. 29일 러시아 특허청은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어떤 독창적인 요소도 없다”며 아이패드에 대한 디자인특허 등록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영국 법원은 “삼성이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고 광고하라”고 판결했다. 디자인 특허의 유효성과 10억 달러 배상 평결이 타당한지 등에 대해 판단하는 미국 법원의 다음 달 6일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근거도 확인하지 않고 외국 블로그 하나에 휘둘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번 주에만 해도 삼성전자와 에릭슨, LG전자와 알카텔루슨트가 특허소송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한 국내 기업이 ‘대소송시대’의 격랑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게다. 판결 하나하나에 웃고 울기보다는 차분히 상황을 파악하는 냉정한 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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