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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아시아 디자인 허브’ 꿈 무르익는 구리시

김완순
고려대 명예교수
요즘은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애국이다. 외국인 투자를 놓고 볼 때 바야흐로 자본의 색깔보다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국가 발전 단계와 궁합이 맞는지, 그리고 고용 창출과 경제 기여는 어떠한지를 따져야 하는 세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투자란 어떤 것일까. 우선 우리나라 발전 단계와 맞아야 한다. 제조업은 그래도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하드웨어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디자인·창의적 발상·첨단 지식이 가미된 산업, 이른바 고부가가치 기반 산업에서 외자 유치를 적극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좋은 예가 있다. 바로 첨단 의료기기산업이다. GE나 지멘스 등의 초음파 연구 및 생산 기지는 바로 한국이다. 여러 분야 기술과 부품을 접목해 정교한 다품종 제품을 생산하는 데 우수한 인력과 기술,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가진 한국만 한 곳이 없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가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분야는 자본 혹은 두뇌 집약 업종으로 고용창출이란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작다.

 이런 점에서 눈에 띄는 구상이 있다. 구리월드디자인센터다. 인구 20만의 경기도 구리시가 178만㎡(약 54만 평)의 친환경 도시를 세우고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 및 브랜드를 이곳에 모아 ‘아시아 디자인 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총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외국인 투자, 11만 명의 고용, 180만 명의 연간 유관 산업 방문객, 그리고 연간 7조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도 아니고, 심지어 서울도 아닌 구리가 아시아 허브, 그것도 디자인 허브라니?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이지만 해상 고급 호텔인 크루즈선은 만들지 못한다. 설계나 공정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반 시설 안에 들어가는 가구·조명 등의 디자인과 제작 기술이 뒤지기 때문이다. 관광 한류로 중국·일본에서 몰려오지만 새로 여는 특급호텔 내부는 외국 자재와 인력이 채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와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이 필요한 플러스 알파는 바로 이런 분야다. 더욱이 현재 고급 호텔, 주거 및 레저시설의 고급 내장재, 집기, 소품 등 고부가가치 주문 생산 디자인 수요의 70%가 아시아에서 나온다. 2400억 달러 시장이다.

 구리월드디자인센터는 일단 시동을 걸고 투자를 찾는 기존 방식과 달리 선 자금 유치, 후 개발을 실현했다. 이미 미국의 주요 투자 컨소시엄과 20억 달러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선금까지 투자 신고한 상태다. 이제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야구 경기로 치면 9회 말 투아웃에 스트라이크 하나만 남은 셈이다. 한국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당찬 구상에 중앙 정부가 마무리 투수로서 마지막 카운트를 던질 때다. 지난해 평창, 얼마 전 인천의 성공에 이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국익을 위해 손을 맞잡는 또 한 번의 역사를 고대해 본다.

김 완 순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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