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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흡연자 천국과 국제 담배규제

서 일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담배와 흡연 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담배규제협약(FCTC) 총회가 지난 12~17일 서울에서 열렸다. 인류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흡연이다. 세계 각국이 국민을 담배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WHO에서 국제적인 공조를 위해 국제담배규제협약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세계 176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했고 회원국 인구를 합하면 세계 인구의 90%가 된다. FCTC 총회는 2년마다 개최되는데 이번이 5차 총회다.

  이번 총회에서 차기 의장으로 한국인인 문창진 한국건강증진재단 이사장이 선출됐다. 이 총회를 계기로 한국인의 흡연 실태를 점검해 보자. 2010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 중 1020만 명이 흡연자다.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성인 세계 평균 흡연율은 남자 36%, 여자 7%다. 같은 해 한국의 성인 흡연율은 남자 48%, 여자 6%로 남자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다.

 성인 남자 흡연율은 2007년 45%까지 감소하다가 2008년부터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정부의 금연사업 예산이 2008년 312억원에서 2009년 281억원, 2010년 281억원, 2011년 246억원, 2012년 228억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흡연율은 증가하는데 정부에서 금연사업에 쓰는 예산은 2008년 이후 27%(84억원)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이 금연사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정부의 착각 때문이 아닌지 걱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담뱃값에 부담금을 부과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조성했다. 정부의 금연운동 예산은 이 기금에서 나온다. 2012년 담배 1갑당 354원의 부담금을 거두어 국민건강증진기금 2조원 이상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기금 중에서 금연사업에 쓰는 돈은 1.1%(228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흡연은 하나의 질병이다. 어느 질병보다도 무서운 질병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암의 3분의 1은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사망원인 중 31%가 흡연과 관련 있다. 단일 질병으로 이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흡연 말고는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 질병의 예방과 치료법은 너무 잘 알려져 있으며 매우 간단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 질병의 위험을 안다면 담배를 피울 이유가 없다. 너무나도 쉬운 예방법이다. 또한 이 질병은 치료방법도 간단하다. 담배를 끊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 많은 질병이 있으나 흡연처럼 치료방법이 간단한 질병이 또 있을까?

 따라서 정부는 여전히 흡연을 고집하는 1000만 명의 국민을 위해, 그들이 예방과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 한다. 또한 흡연이라는 질병이 어떤 질병인가를 국민 모두에게 알려 이 질병에 새롭게 걸리는 사람이 없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우리의 꿈이다. 우리의 꿈인 청소년들이 흡연이라는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국제담배규제협약 총회에서 한국인이 차기 의장에 선출됐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이 분야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한국부터 모범을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현재 한국은 과거와 달리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 나갈 위치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우선 건강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을 정부가 앞장서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흡연자 1000만 명의 한국,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 일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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